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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캐스퍼의 반란' 침체된 경차 시장, 캐스퍼로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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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사전계약 신기록…내연車 중 현대차 역대 최고 기록

文 대통령도 구매…GGM의 '반값임금' 지속 여부 관건

뉴스1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지난 15일 역사적인 1호차를 생산했다. 사진은 GGM 생산 라인의 모습. 2021.9.1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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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한국은 흔히 '소형차의 무덤'이라 불린다. 소형차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최근 침체된 경차 시장에도 활기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 모델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 현대차의 역대 내연기관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계약대수를 기록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차가 지난 14일 '캐스퍼'의 사전계약을 실시한 결과 하루 만에 1만8940대의 예약이 완료됐다. 이는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세운 사전계약 최고 기록(내연기관 기준)을 넘어선 수준이다. 캐스퍼는 첫 양산과 함께 올해 1만2000대 생산을 목표로 했는데, 17일 기준 예약자가 이미 2만대를 넘어서며 올해 판매량은 모두 '소진'됐다 볼 수 있다.

사전계약 신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캐스퍼의 인기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사전계약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한 때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현대차는 당초 많은 이들이 접속할 것으로 예상, 이에 맞게 사이트를 준비했으나 예상을 뛰어 넘는 관심에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달 1일부터 진행한 얼리버드 예약 알림 신청 건수도 13만6000건을 넘었고, 캐스퍼 온라인 사이트 누적 접속자 역시 70만명을 넘어서는 등 캐스퍼는 공식 출시 이전부터 각종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사전계약 첫날 사이트 마비 등 치열한 경쟁을 뚫고 '광클'에 성공한 이들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있다.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해당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퇴임 후에도 사용하기 위해 사전계약 첫날 직접 인터넷을 통해 캐스퍼의 사전계약을 마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차급 캐스퍼가 얼리버드 예약 첫날부터 고객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에 더해 디자인, 안전성, 공간성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상품성 때문"이라며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진행한 D2C(고객 직접 판매)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캐스퍼는 개성을 살린 실내외 디자인과 컬러, 차량의 안전성 확보, 공간 활용성 극대화, 운전자 중심 편의사양 탑재 등 기존 엔트리 차급 고객들의 주요 니즈를 적극 반영했다. 경형 최초로 전 트림에 지능형 안전기술인 Δ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Δ차로 이탈방지 보조 Δ차로 유지 보조 Δ운전자 주의 경고 Δ하이빔 보조 Δ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을 기본 적용해 동급 최대 안전성과 편의성을 확보했다. 또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가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Full-folding) 시트를 적용해 실내 공간 활용성을 확장했다.

캐스퍼의 판매가격은 기본 모델 Δ스마트 1385만원 Δ모던 1590만원 Δ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며, '캐스퍼 액티브'(터보모델) 선택 시 Δ스마트·모던 95만원 Δ인스퍼레이션 90만원이 추가된다. 경차 치고는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절대적인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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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양산 1호차 생산 기념행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형SUV '캐스퍼'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2021.9.15/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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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가 초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침체된 국내 경차 시장에도 기대감이 일고 있다. 경차는 한때 '국민차'로 불릴 만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차박과 캠핑 등 열풍으로 차체 크키가 큰 SUV 모델이 각광받으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경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는데, 올해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경차(모닝·레이·스파크) 판매량은 9만6232대다. 모닝이 3만8766대로 가장 판매량이 많았고 레이가 2만8530대, 스파크가 2만8936대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3개 모델의 올해(1~7월) 누적 판매량은 5만5250대로, 지난 1월 7500대로 출발해 4월 8834대, 6월 8175대, 7월 7663대로 집계됐다. 하반기 첫 달을 포함한 판매량이 5만여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올해 역시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밑돌 가능성이 높지만 이달 말 캐스퍼의 본격 출시로 인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캐스퍼를 향한 기대감이 높지만 우려의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캐스퍼는 광주시(지분 21%)와 현대자동차(19%)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에서 생산하는데, 가장 큰 리스크는 캐스퍼의 위탁생산을 맡은 GGM의 '반값임금' 지속 여부다.

GGM은 노사 합의에 따른 적정임금(평균연봉 약 3500만원)과 적정 노동시간(주 44시간) 유지 등으로 고용 유지는 물론 불안정한 노사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다른 완성차 업계 대비 크게 낮춘 연봉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문화, 복지, 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하게 된다.

광주시와 노동계는 이같은 내용을 누적 생산 35만대가 될 때까지 유지하는 것에 합의, GGM이 매년 7만대 가량을 생산하다고 계산했을 때 약 5년 정도의 유예 기간이 생긴 셈이다. 문제는 이 기한이 끝난 이후에도 이른바 '반값임금'이 유지 될 것인가에 있다. GGM 근로자들이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연봉 격차를 문제 삼으며 임금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 과도한 임금 등으로 투자 비용이 크게 들어갈 경우 아웃풋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임금과 근로 조건 등을 일정 기간 유지하자는 것에 서로가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캐스퍼는 이달 29일 공식 론칭하고 10월부터 고객에게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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