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어떤가? 아직도 문중 어른 제사에 집안 사람들이 모이는 전통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울향(鬱香)’을 명품 향으로 꼽는다. 울릉도 향나무의 향이 가장 부드럽고 진하다. 다른 향나무의 향기와는 급이 다르다. 울릉도 향나무는 순탄하게 자란 나무가 아니다. 척박한 바위의 틈새에서 강한 비바람과 눈을 맞고 생존한 나무이다. 돌 틈에서 해풍과 폭설에 시달리며 큰 나무이다. 인간도 비바람에 시달린 사람들이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고, 나무도 시달리며 큰 나무들이 유독 향기가 강하다.
‘울향’을 ‘석향(石香)’이라고도 부른다. 울릉도 절벽 바위틈에는 수령 2000년이 넘는 향나무가 아직 남아 있다. 안동 장날에는 ‘울향 사세요’하고 외치는 행상도 많았다. 안동 선비 집안의 고문서들을 보니까 ‘담배 3근과 울향을 맞바꾸었다’는 기록도 있다. 울릉도 사람들은 담배가 귀했고, 선비 집안에서는 명품향인 울향이 필요했던 것이다.
울진의 구산항에는 바람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대풍헌(待風軒)이 있었다. 조선시대 관료들이 울릉도로 배를 타고 갈 때 순풍이 불어 오기를 기다리던 대기소였다. 울릉도까지의 해로는 대략 140km 정도. 순풍을 만나면 1박2일. 풍랑을 만나 표류하면 4~5일도 걸리는 거리였다. 울릉도 사람들은 목숨 걸고 험한 바닷길을 건너 특산품인 울향을 가지고 와서 생필품과 바꿨다. 울릉도에서 육지에 나가 돈이 될만한 물건은 울향이었다. 엊그제 울진의 어느 선비 집안 후손이 보관하고 있던 울향을 나에게 선물하였다. 태우지 않고 그냥 생으로 울향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가끔 코에 대고 맡아보니까 조선 선비의 향기를 맡아보는 것 같았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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