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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신종플루의 교훈 "코로나, 백신외에도 이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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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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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2009년 신종플루(H1N1) 사태 이후 11년 만이자 1968년 ‘홍콩독감’을 포함해 세번째 팬데믹 선언이다. 팬데믹은 WHO 발표하는 전염병 경고 6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이다.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판단될 때 이를 선언한다.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을 당시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지 70여일 만에 110여국에서 12만명의 확진자가, 4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이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리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과거 대유행과 달리 통제가 가능하다는 부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발생 1년9개월째인 현재 백신 접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확산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100년 전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라고 불린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1년 만에 확산세를 잡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발생 상황을 돌아보며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코로나19 극복 방법을 들어봤다.



1918년 20세기 최악의 전염병 '스페인 독감' 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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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스페인독감 환자를 격리 수용한 미국 켄자스주의 임시병동 모습.[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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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스페인 독감(A형 인플루엔자, H1N1)’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최초 기원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사람들은 스페인 독감이 처음 퍼질때만 해도 증세가 심한 감기 정도로 생각했다. 현재도 독감을 ‘상태가 악화된 감기’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두 질병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자체가 다르다. 감기는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긴다. 확인된 바이러스만 200여종이 넘어 백신을 만들 수 없다. 다행히 대부분 자연치유되며 보통 콧물, 목의 통증, 발열 등의 증상이 2~3일 지속된다.

반면 독감을 일으키는 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한 종류다. 감염 후 2~3일의 잠복기를 거쳐 7~10일 정도 증상이 길게 이어지며 콧물, 목의 통증을 비롯해 오한, 근육통, 고열 등이 함께 온다. 감기와 다르게 합병증으로 폐렴이 올 수 있고 지병이 있는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명확하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 있지만 100년 전인 1918년에는 이러한 지식이 전무했다.

정확한 추계는 어렵지만 스페인 독감은 1918~1919년까지 약 2년간 전 세계에 퍼져 5억여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세계인구 18억명 중 약 27%에 해당한다. 사망자는 2500만~5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우리나라도 피해가 컸다. 캐나다 선교사로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집계 결과 국내 인구 1705만7032명 중 755만6693명이 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4만527명이 사망해 사망률 0.82%를 기록했다고 나와있다.



1920년 감소…대규모 감염으로 자연 집단면역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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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노우 선언문 [사진 랜싯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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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페인 독감은 1920년쯤 자취를 감췄다.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된 덕이 아니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규모 감염과 사망에 따라 인류가 자연스럽게 집단면역을 갖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독감에 걸려 사망해 몸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죽거나 감염됐다가 회복된 경우 면역을 가지게 돼 확산이 줄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코로나19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집단면역을 획득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그러기 위해선 너무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고 답했다. 이번 대유행 상황에서도 자연 면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지난해 10월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스탠퍼드대ㆍ하버드대의 감염 및 보건 전문가들은 봉쇄 정책에 반대하며 “사망 위험이 낮은 건강하고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노출되도록 해야한다”는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을 발표했다. 사회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연 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영미와 유럽 학자 79명은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위험한 인식”이라는 ‘존 스노우(19세기 런던을 콜레라에서 해방시킨 감염병 학자) 성명’을 발표하며 대립했다. 실제 스웨덴은 지난해 말 집단면역 실험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팬데믹 초기 봉쇄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자연적인 집단면역을 추구했던 스웨덴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실패를 인정했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백신+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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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추석을 앞두고 확산돼 비상이 걸린 15일 오후 대전시청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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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극복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사례는 2009년 신종플루(H1N1) 유행이라고 말했다.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신종플루는 스페인 독감과 아형(서열)이 같다. 100년 전 유행한 ‘H1N1’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조류나 돼지 등 다른 생물체로 전이되면서 유전자 재조합을 일으켜 왔고 2009년 다시 전 세계를 강타했다. WHO는 2009년 6월 팬데믹 상황을 선언했다. 전세계 70여개국에서 3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 144명이 사망한 상태였다. 국내에서도 5월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8월 중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유행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과거 미국의 길리어드사가 개발한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신종플루에 효과를 보이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감염 뒤 이틀 이내에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은 타미플루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10월 들어 유행 규모가 커지자 확진 검사 없이 의심 증상만 있어도 곧바로 타미플루를 투약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면서 확산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김우주 교수는 타미플루와 함께 신종플루 백신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10월에 국내 최초로 녹십자에서 만든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허가됐다. 정부는 약 1400만명에 대한 접종 계획을 세웠고 의료진부터 시작해 초중고교 학생과 만성병 환자, 65세 이상 고령층에 차례로 접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시 백신의 임상시험에 참여하며 백신 개발에 기여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부족…치료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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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은평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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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치료제와 백신,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 결과 1년 만에 확산세를 잡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2009년 당시 국내에서 신종플루 확진자는 75만명, 사망자는 263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기준으로는 확진자 160만명, 사망자 1만7000여명을 발생시켰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결국 경구용 치료제 개발이 성공해야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타미플루 같은 경구 치료제가 나올 경우 현재 질병관리청이 고려하고 있는 자가치료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역시 “백신만으로는 2% 정도 부족하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돼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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