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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희귀병 세살배기에 희망을…'25억 치료제'에 엄마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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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11일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는 22개월 남아 대성(가명)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산소호흡기를 끼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대성이를 안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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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성 근위축증' 고통 연간 수십명…고가·투약시한에 '발동동'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아직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22개월 남자아이 대성(가명)이. 힘없이 축 늘어져 엄마를 향해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 한다. 근육 발달이 늦어 아직 혼자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

생후 6개월째부터 앓게 된 희귀근육병 ‘척수성 근위축증(SMA)’이 원인이다.

지난 11일 <더팩트>가 만난 대성이의 어머니 A씨는 "아이가 산소호흡기를 끼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대성이를 안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엄마', '아빠'만 말할 수 있는 죄없는 세살 아들

대성이 어머니는 그야말로 ‘밀착케어’를 했다. SMA를 앓는 아이들은 혼자서는 움직이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호흡기 근육이 약해 언어 발달도 더디다. 대성이가 할 줄 아는 말은 ‘엄마’, ‘아빠’ 두 단어뿐이다.

대성이는 3살이지만 행동발달 수준은 이제 막 돌을 지난 아이들과 비슷하다. 한참 기어 다니고 걸음마를 시작할 나이인데, 종일 누워있거나 엄마아빠 품에 기댄다.

당연히 마음 놓고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힘들다. 대성이 어머니는 육아를 위해 퇴사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따로 있다. 치료비다. 대성이 어머니는 "성인이 될 때까지 억 단위의 치료비가 들어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대성이는 그나마 보험 적용이 되는 ‘스핀라자’ 주사 치료를 4개월에 한 번씩 맞고 있어요. 그렇지만 치료는 평생 받아야 해요. 지금도 4개월에 한 번 500만 원 가까운 치료비가 나가거든요. 따져보니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3억 원 정도 들 듯해요."

SMA는 완치제에 가깝다고 알려진 치료제가 있다. ‘졸겐스마’라는 주사다. 최근 다른 환자 가족이 ‘보험적용’ 등을 청원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려 관심이 커졌다.

청원에 따르면 졸겐스마는 단 한 번만 투여하면 병이 완치될 수 있다. 다만 값이 너무 비싸다. 한 번 맞는데 25억 원이다.

대성이의 어머니도 졸겐스마의 효능을 익히 들었다. 그러나 수십억원을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약의 보험급여 선정이 지연돼 대성이가 투약 시기를 놓칠 수도 있어 더 노심초사다. 투약 시기에 따라 약효가 좌우되다보니 발만 동동 구른다. 이 주사의 허가취득 내용을 보면 유아들과 체중이 최대 21kg에 이르는 소아들만 투여 가능하다.

대성이 어머니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불안해진다.

"빨리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다고 하는데,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속이 타요. 대성이가 크면 졸겐스마 투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요. 그게 정말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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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겐스마주’는 퇴행성 신경질환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에게 정맥으로 단회 투여하는 치료제다./출처 한국 노마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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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응급 상황에 타들어가는 부모 마음

현재 졸겐스마는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소비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스코틀랜드 등에선 급여 품목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우리 돈으로 930만 원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대성이 사례와 같이 졸겐스마는 투여 대상에도 제한이 있어 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간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청와대 청원인은 "언제 어떻게 (아이에게) 응급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주위에 받아주는 병원도 없는데 아플 때마다 약 50만 원의 비용을 주고 사설구급차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의 왼쪽 가슴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오고 오른쪽 가슴은 비정상적으로 움푹 들어가 호흡하는 것도 힘들어 한다"며 "사레가 들려 청색증을 동반하며 의식을 잃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아이는 음식을 입으로 먹을 수 없어 콧줄을 통해 이유식을 섭취한다. 올해만 폐렴으로 응급실에 9번 실려 갔고 지금도 입원 중이다.

국내에서도 졸겐스마가 급여 품목이 될 순 없을까.

정부는 주저하는 상황이다. 1회 치료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특성상 보험재정의 영향을 고심 중이라고 전해졌다.

졸겐스마 제조사인 노바티스 한국 지사에 따르면 매년 SMA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20~30명 정도다. 이 가운데 졸겐스마의 치료 대상군은 20명 남짓이다. 예산은 5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속에서 초고가 의약품의 급여화는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데도 비싸서 못 쓰고 죽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희귀·중증·난치 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 환자 접근성이 개선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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