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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71% 대 1.9%…확 기울어진 백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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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안 맞고’ 저소득국 ‘못 맞고’

백신 접종률 영국 71%, 미국 63%

1인당 GDP 1천달러 이하 국가 1.9%

국제사회 ‘백신 불평등’ 타개 말하지만

경제지원 등 핵심 방안 늦어져 효과 의문


한겨레

지난 6월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레토리아에서 한 시민이 백신이 필요하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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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리사 브랜든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백신을 맞지 않은 자신의 두 아들이 코로나19에 걸려 한날 사망했기 때문이다. 브랜든은 자식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라고 설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백신 접종 권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백신 접종률이 최근 들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영국)와 화이자(독일, 미국), 모더나(미국)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와 연구소가 있는 국가로, 일찌감치 인구 수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해 접종에 들어갔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올해 초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지난 5월31일 백신 접종률 50%를 기록했지만, 이후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난 14일 기준 63%에 머물고 있다. 석 달여 동안 13%포인트 증가한 데 그친 것이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은 지난 5월31일 백신접종률 58%를 기록했지만, 14일 현재 13%포인트 늘어 71%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국 독일도 5월31일 백신접종률이 43%였는데, 석달이 지난 14일 66%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하지 않는 것은 백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 조사를 보면, 미국의 백신 기피율은 27%이고, 독일이 19%, 영국이 12%다. 한국은 이 조사에서 16%로 조사됐는데, 백신 확보 측면에서 이 나라들에 뒤진다.

저소득국, 전세계 투여 백신의 1.9%…세계 평균은 42.4%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백신을 쌓아두고도 맞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저소득국들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맞지 못하고 있다.

14일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 1천달러 이하 저소득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1.9%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 70억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인구가 42.4%에 이르고 약 57억9천만 회분의 백신이 투여됐지만, 저소득국은 백신 접종률이 세계 평균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1.9%, 탄자니아 0.6%이고 케냐는 4.1%에 머물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주요 임상 시험장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8%로 다소 높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한 자릿대에 머물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각각 13%, 17%, 25%, 27%로 아프리카보다는 낫지만 세계 평균의 절반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프리카는 백신 구매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아프리카연합(AU)의 코로나19 특사인 스트라이브 마사이와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프리카는 인구 60%에 접종할 백신 절반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국제백신 공동구매·배급 조직인) 코백스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며 “제약사들에게 구매 문의를 타진했지만 우리에게는 적절한 접근권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추가접종, 제약사는 ‘필요’ FDA ‘불필요’


한발 나아가 선진국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추가 백신을 맞는 이른바 ‘부스터샷’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과 영국도 부스터샷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백신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백신의 예방효과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화이자는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사 백신의 효능이 2차 접종 완료 뒤 두 달만에 6%씩 줄어든다는 임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모더나도 이날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백신의 효능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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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레토리아/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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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발표는 제약사가 자신들이 만든 의약품의 효과를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지만,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사 백신의 판매량을 더욱 증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 등 전문가들은 부스터샷 접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은 15일 공개한 설명 자료에서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 미국에서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이 중증 환자나 사망자 발생을 막는 보호 효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식품의약국 백신 전문가인 필 크로스 박사와 매리언 그루버 박사, 세계보건기구의 수미야 스와미나탄 수석 과학자 등 저명한 연구자들은 지난 13일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에 기고한 글에서 일반인 대상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는 미국·영국·프랑스·인도·남아공 등의 주요 백신 연구자들도 저자로 참여했다.

G20 ‘백신 지원협약’ 맺었지만 효과는 의문


선진국들은 백신 불평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주요 20개국(G20) 보건장관들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저개발국들에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지원하는 내용의 ‘로마 협정’을 채택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차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가난한 나라에 대한 보건·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더 많은 백신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며 “(백신) 불평등 수준이 매우 심각하며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쪽 분량의 로마 협정에는 가장 중요한, 경제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스페란차 장관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을 약속하면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이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사실상 말뿐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지난해 초부터 백신 개발과 보급 등과 관련해 국제적인 공동 대응을 요구해 왔지만, 각국 지도자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이 본인들의 정치적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과 인도 등 코로나19 백신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들은 자국 내 수요가 충분해질 때까지 코로나19 수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인도는 아직도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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