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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1시간, 내 손에 반딧불이 30마리…한밤중 ‘빛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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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파주 마정들판 늦반딧불이 ‘환상 비행’

‘형설지공’ 사자성어 생길 만큼 흔한 곤충에서

오염으로 서식지 파괴…한국엔 8종만 남아

임진강 유역 DMZ 일원에 4종 서식 확인

탐사 학생·주민들 “생명의 신비…감동”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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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반딧불이가 손바닥 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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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보러 멀리 남쪽 지방까지 갈 필요가 없겠네요.”

지난 15일 오후 8시께 어둠이 짙게 내린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판. 반딧불이가 불을 밝힌 채 곡선을 그리며 비행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현장을 안내한 마정2리 주민인 노현기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밤하늘을 반짝이며 나는 반딧불이를 보려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멀리 여행을 가는데,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 파주 접경지에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문산수억고 환경동아리 ‘해바라기’의 학생·교사 등 10여명의 탐사단은 이날 오후 7시30분~8시30분까지 약 1시간 동안 늦반딧불이 30여 마리를 관찰했다. 간주연 파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요즘 볼 수 있는 늦반딧불이는 일몰 후 1시간 동안 활동하며 약 2주간 나타나는데 절정기는 3~4일에 불과하다”며 “2~3일 전만 해도 100여마리가 관찰됐는데 오늘은 날씨가 서늘한 탓인지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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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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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세계적으로 2천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8종이 기록되어 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파파리반딧불이)는 모내기철인 5~6월 한밤중에 활동하며, 늦반딧불이는 추수 직전인 가을철 초저녁에 활동한다. 꽃반딧불이는 발광기가 퇴화되어 흔적만 남은 채 낮에 활동하는 종으로 매우 귀하다. 야광 곤충인 반딧불이는 몸이 검고 앞가슴등판은 오렌지빛을 띠며, 연한 노란색인 배마디 끝부분에 빛을 내는 발광세포가 있다.

예전에는 반딧불이와 눈 빛으로 글을 읽으며 공을 쌓는다는 의미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말이 있듯 흔한 곤충이었다. 하지만 하천 오염과 시멘트 농수로 설치 등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파괴돼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부는 전북 무주 일대 반딧불이와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반딧불이는 또 야간에 불빛으로 짝을 찾기 때문에 인공조명이 넘쳐나는 도시 주변에서는 살 수 없다. 수컷이 불을 켠 채로 하늘을 날면 풀숲에 있는 암컷이 빛을 내어 신호를 보내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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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문산수억고 환경동아리인 ‘해바라기’의 교사와 학생들이 지난 15일 저녁 문산읍 마정리 들판에서 반딧불이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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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기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왼쪽)이 지난 15일 오후 8시께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들판에서 반딧불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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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DMZ습지생태조사단과 곤충학자인 정부희 박사의 합동조사 결과, 파주 DMZ 일원에는 늦반딧불이, 꽃반딧불이,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등 총 4종의 반딧불이가 있다. 특히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쪽인 해마루촌 앞 임진강 수변 논둑길과 덕진산성 아래 임진강변, 민통선 밖 마정리와 문산천, 눌노천 주변에 많은 개체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반딧불이 탐사에 참여한 문산수억고 2학년 김승유(17)·구민제(16)씨는 “7월에 같은 장소에서 반딧불이 애벌레를 봤을 때는 좀 징그러웠는데 두달 만에 아름답게 나는 모습을 보니 마치 다른 곤충인 것처럼 생명의 신비함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서식환경이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바라기’ 부회장인 송서영(17)씨는 “7월에 왔을 때는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도 들었는데 이번에 반딧불이 나는 모습까지 직접 보니 너무 감동적이다”고 했다. 김홍수 환경동아리 지도교사는 “내년에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마정 들판에서 학생·주민이 함께 작은 반딧불이 축제를 열어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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