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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첩보액션 '검은 태양', 강렬하지만 익숙한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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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검은 태양>

오마이뉴스

'검은 태양' 남궁민 ⓒ MBC



MBC의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검은 태양>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7일과 18일에 방성된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검은 태양> 1,2회에서는 주인공인 국정원 비밀요원 한지혁(남궁민)의 등장과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속도감있게 펼쳐졌다.

한지혁은 밀입국 선박에서 장기적출과 매매를 일삼던 범죄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해경에 체포된다. 국정원에서는 그의 정체가 흑양팀(검은 태양)으로 불리우던 국정원 최고의 특수현장요원이었으며, 일 년 전 동료들의 죽음과 함께 실종된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긴장한다 그런데 한지혁은 동료들을 잃었던 그날부터 최근 일년 사이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국정원은 한지혁을 복귀시키지만 한직으로 밀려나고 내부에서 동료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않다. 동기였던 서수연(박하선)도 동료이자 약혼자였던 오경석(황희)이 살해당한 이후 유일한 생존자였던 한지혁이 살아돌아오자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한지혁은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어떻게든 재생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이 누구인지,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한지혁은 자신의 맞은편 집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점멸하는 수상한 불빛을 보고 모스 부호를 떠올렸고, 암호가 가리키는 장소를 찾아내 의문의 USB를 확보한다. 그 안에 담겨있던 짧은 영상에는 바로 자신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놀랍게도 영상속 과거의 한지혁은 "조직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 난 그자를 찾기 위해서 스스로 기억을 지운 거야"라고 고백하며 한지혁을 충격에 빠뜨린다.

한지혁은 1년 전 자신이 담당했던 '불곰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통하여 잃어버린 과거를 추적한다. 당시 한지혁은 중국 범죄조직 화양파를 수사하다가 살해당한 국정원 요원들의 복수를 하는 임무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난다.

다시 현재의 시점에서 화양파의 2인자 장광철이 한국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화양파는 경찰서에 협박전화를 걸어 "장광철을 풀어주고 아무 조건 없이 즉각 본국으로 추방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경찰을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순경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기 시작한다.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한 도진숙(장영남) 국정원 2차장은 화양파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한지혁을 급파한다.

한지혁은 장광철을 심문하던 도중 자신이 과거에 불곰프로젝트로 제거했던 조직원중 화양파의 보스 황모술(백승철)의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화양파는 처음부터 한지혁을 노리고 있었고 경찰들을 살해한 것도 모두 계획된 복수극이었다.

사실 황모술은 장광철의 운전사로 위장하여 경찰서 유치장에 함께 잡혀와 있었다. 한지혁은 황모술을 직접 심문하지만 그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한다. 화양파는 한지혁이 자리를 비운 틈에 경찰서를 급습하여 점령하고 황모술을 빼낸다. 황모술은 장광철마저 제거해버리고 경찰서를 탈출했다.

상황을 파악한 한지혁이 차량 추격전을 펼쳤으나 끝내 놓치고 만다. 황모술은 한지혁에게 전화를 걸어 "얼마나 찾았는지 모르지. 기다려라. 조만간 찾아갈게"라는 섬뜩한 경고를 남긴다.

한지혁은 CCTV를 분석하던 중 경찰서를 점거한 화양파 조직원들사이에서 과거 자신과 국정원의 정보원 역할을 하던 이춘길의 모습을 발견한다. 한지혁은 1년 전 동료들이 살해당하던 그날밤 이춘길이 자신을 찾아왔던 기억을 떠올린다.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배후에 화양파가 깊숙이 연루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검은 태양>은 박석호 작가의 2018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으로,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토브리그> <김과장> <닥터 프리즈너><낮과 밤>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 남궁민이 주연을 맡았고, 박하선, 장영남, 이경영, 김지은, 김병기, 김종태 등이 출연한다.

<검은 태양>은 제작비만 약 150억 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국내 최대의 정보기구인 국정원이 실제 조직명 그대로 등장하며 핵심배경으로 조명된다는 점이나. 국가 안보 상황과 정서를 반영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현실적인 고증을 강화했다는 점으로 더 화제가 됐다. <아이리스>,<배가본드> 등 그동안 국내의 대표적인 첩보액션 드라마들의 계보를 이을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검은 태양>은 초반부터 지상파 드라마라고는 믿기 어려운 강렬한 19금 액션 연출과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한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혈혈단신으로 범죄자들을 잔혹하게 응징하고 온몸을 피범벅에 든 남궁민의 강렬한 첫 등장, 악당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시신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거나, 경찰서에 배달된 피해자의 잘려진 손이 클로즈업되는 등 시작부터 잔혹한 장면들이 여과없이 등장한다.

스토리 전개 역시 과거 장면들은 회상씬으로 짧게 함축해서 보여주고 곧바로 본 사건에 집중하는 등 군더더기없는 속도감이 넘친다. 잠깐 쉬어가는 장면인 유머씬이나 러브라인 등도 전혀 없는 촘촘한 구성은, 진지하고 어두운 느와르물의 분위기에 가깝다.

한지혁 역할에 남궁민을 캐스팅한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남궁민은 멜로에서 액션, 스릴러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지만, 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중적인 캐릭터를 맡았을때 독보적인 진가를 발휘해왔다. 극단적인 선과 악의 얼굴이 공존하는 남궁민은 누구보다 강하고 독해보이지만 내면에는 동료들을 잃은 죄책감과 불안함을 간직한 '상처받은 야수'같은 한지혁의 감정을 잘 표현해낸다.

한편으로 익숙한 작품들의 기시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과제다. '기억을 잃어버린 특수요원'과, '정보기관 내부의 적'이라는 설정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고, 한지혁의 첫 등장 모습과 사지에서 귀환하여 후유증에 시달리는 듯한 장면들은 007시리즈 <어나더데이>와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를 섞어놓은 듯하다는 평가다. 과거의 자신이 기억을 잃은 현재의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준다는 설정은 <토탈 리콜>를 연상시킨다.

또한 한지혁의 주변 인물들과 국정원 내부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 등도 여러 첩보액션물들에서 익숙한 전형적인 캐릭터나 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장르적 변주나 오마주라고 볼수있지만 나쁘게 보면 기성 작품들의 설정을 '짜집기한 아류작'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은 부메랑이 될수 있다.

이야기 초반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화양파가 조선족을 연상시킨다는 것도 지적받고 있다. <범죄도시>,<나쁜 녀석들><아수라>같은 수많은 작품에서 조선족 범죄자를 등장시키는 것이 한국 대중문화에서 일종의 클리세가 됐다. 일개 범죄조직에게 경찰들이 잇달아 살해당하고 경찰서까지 점령당할만큼 국내 공권력을 지나치게 무력하게 그린 것, 신체절단같은 잔인한 장면을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부각시켜야만 했는지도 아쉬운 대목이다.

<검은 태양>은 2회만에 수도권 가구 기준 8.5% 순간 최고 시청률 11.1%(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일단 순조로운 첫 출발을 보였다. 2049 시청률(수도권 기준)도 3.7%를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액션씬과 방대한 스케일을 선보인 <검은 태양>이 K-첩보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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