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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명절때마다 "주식 얼마나 있어?"…"대주주 가족합산은 연좌제·넌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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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기준 가족합산 주식 종목당 10억 넘으면 양도세 부과 대상

"현대판 연좌제, 위헌 소지 다분" 헌법소원 vs "입법자 재량권"

뉴스1

지난해 10월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 강화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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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50대 직장인 A씨는 문득 자신도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됐다. 본인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배우자, 자녀까지 모두 적지 않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데,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요건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들이 모이면 각자 갖고 있는 주식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자산가들이 많아졌다. 이에 A씨처럼 가족끼리 주식 보유 현황을 묻고 양도세 부과 대상 여부를 따져보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 양도세는 대주주인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양도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즉, 주식을 팔았을 때 차익이 발생하면 내는 세금이다. 소액주주 등 일반투자자의 장내매매는 세금을 면제받지만 주식 평가액이 종목당 10억원 이상인 대주주는 매매차익의 22~33%(지방세 포함)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주식 평가액 기준으로는 본인이 갖고 있는 주식 뿐만 아니라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합쳐 종목당 10억원을 넘으면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형제, 자매, 사위, 며느리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해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3억원으로 강화하려던 기획재정부는 동학개미와 정치권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내년까지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 특히 자산가들은 이런 가족합산이 '현대판 연좌제'에 해당되기 때문에 개인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령자 또는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으로 인해 보유주식을 계산하는데 착오가 생겨 대주주 요건을 피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에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 산정에 직계 존·비속 보유주식을 모두 합산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를 위헌으로 결정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당시 요건 미비로 기각당한 한투연은 다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각자 보유한 주식 수를 물어보고 합산한 다음에 대주주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가"라며 "매년 추석을 전후해 방방곡곡에서 벌어지는 대주주 확인하기 풍습은 한마디로 넌센스이자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는 핵가족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의 잘못된 유물이며, 개인 재산권 침해에 따른 가족 불화의 원인마저 되고 있다"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한투연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카이로는 Δ법률우위 원칙 위반 Δ혼인과 가족생활 보장권 침해 Δ연좌제 금지원칙 위반 Δ재산권 침해 Δ평등권 침해 등의 사유로 직계 존·비속 합산은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주식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비율로 부과할지 등은 입법자에게 재량권이 존재하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라고 생각된다"며 "그런 차원에서 볼 때 가족합산 등 양도소득세 부과 방식은 위헌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투연은 빠르면 올해 안에 헌법소원 관련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소원 인용 또는 기각 등에 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어떤 결론이 나와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주식 수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면 당해 연도 대주주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인 직전 사업연도 말(12월28일)까지 매도 주문을 체결해야 한다. 실제 결제일은 이틀 후인 12월30일이기 때문이다. 평가액은 12월30일 종가가 기준이 된다. 매도 주문 체결은 늦어도 12월28일까지 하고, 최종 가액은 12월30일 장 마감까지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연말이 가까이오면 대규모로 주식을 팔기 때문에 주식시장 하락의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본인이 대주주 요건에 해당된다면 예정신고기한까지 양도세를 신고해야 한다. 예정신고기한은 양도일이 속하는 반기의 말일부터 2개월까지다. 예를 들어 5월10일에 주식을 팔아 매매차익이 발생했다면 양도일이 속하는 반기(상반기·1~6월)의 말일(6월 말)부터 2개월까지(8월 말) 신고하면 된다. 신고를 안 할 경우 신고 불성실로 10~40%의 가산세가 붙는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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