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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엉덩이 탐정·무야홍·귤희룡이라 부르세요" 애칭으로 표심 잡는 野 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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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엉덩이 탐정, 무야홍, 귤희룡, 유치타, J형으로 불러주세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무야홍(무조건 야당 대선 후보는 홍준표)' 열풍 등 어느 때 보다 뜨거운 대권 주자들의 '애칭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이미 '별명 부자'로 자리했다.

과거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은 진중함에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 전략을 구사했지만, '정치도 하나의 놀이'로 접근하는 M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며 각 후보들은 스스로를 낮추며 친근한 이미지로 접근하는 애칭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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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TK지역 3박4일 일정에 나선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무야홍' '홍준표'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있다.[사진=홍준표 캠프] 2021.09.11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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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수혜자는 홍준표…기존 홍카콜라 이어 '무야홍'까지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무야홍'을 연호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과거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유행어인 '무야호'에서 진화한 '무야홍'뿐 아니라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이라는 별명으로 이어지며 2030 지지 기반까지 탄탄해진 상황이다.

홍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별명 폭포'와 젊은이들의 호응에 대해서는 두가지 진단이 따라온다. 첫번째는 직설화법으로 대표되는 홍 후보의 유머감각과 또 정책적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종합됐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20대의 홍준표 선호 현상에 대해 "특히 20대의 경우 과거 홍준표란 이미지가 없고 아예 무(無)의 공간"이라며 "(앞서 대선 때 그를 알지 못했던) 20대 입장에서 볼 때는 여기 신선한 정치인이 있다고 다가올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종합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후보는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감축하는 것과 함께 입시를 정시 위주로 바꾸고 고시를 부활, 징병제는 모병제와 지원병제로 전환 검토하자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맞물려 20~30대를 모두 포괄한 연령대에서 이 같은 현상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은 것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무야홍의 인기가 연일 커지고 있는 데는 홍 의원이 잇단 당내 갈등 속에도 이준석 대표의 편에 섰기 때문이라는 시각 역시 많다. 무야홍, 준스톤(이준석 당대표의 별명)을 외치는 네티즌들 사이에 '당원가입 인증'이 이어지는 것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5일 초선의원 공부 모임에서 "당원 가입 인증이 하나의 놀이가 되는 이준석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또한 14일 페이스북에서 " '이준석 마케팅'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준석 대표로 상징되는 20~30대, 중도, 수도권으로의 국민의힘 지지 영토의 확장은 안정적인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지지율 확장은 대단히 고무적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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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12명을 대상으로 열린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올데이 라방'에 출연해 웃고 있다. 2021.09.12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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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엉덩이탐정부터 윤돌핀까지 수많은 별명 가져

2030이 대선을 일종의 놀이로 여기고 자발적으로 대선 주자들의 별명을 생산하는 가운데 야당 내에서 홍 후보와 대척점을 이루는 윤석열 후보의 별칭 역시 매우 많다.

윤석열 후보 스스로 자신과 닮은 캐릭터인 '엉덩이탐정'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고, 반려견 '토리'의 이름을 딴 '토리아빠'로의 일상을 공개하는 등 지지자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다만 온라인 정서는 엉덩이탐정이나 토리아빠보다는 '돌고래', 그리고 돌고래에서 인용한 '윤돌핀'쪽에 무게를 더한 모습이다. 가끔씩 '윤스톤'이란 별명도 등장하는데 이는 이준석 대표의 이름 '석'자를 '스톤'으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름의 글자에서 따온 별명이다.

윤스톤 외에 온라인에서 종종 쓰이고 있는 돌고래와 윤돌핀은 사실 윤 후보에게는 달갑지 않은 별명일 수 있다. 윤 후보 이외의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별명이기 때문이다. 이 별명은 지난 8월 윤석열 캠프의 돌고래·멸치 편가르기에서부터 만들어졌다.

윤 캠프의 좌장 격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은 당시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못 자란다"며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후보 중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윤 후보를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라인에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가 "멸치와 돌고래에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 응수하며 설전이 벌어졌고 다른 당내 예비 후보들도 "누구는 돌고래고 누구는 멸치냐"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후보 개인으로서는 'ㅇㅅㅇ', '엉덩이탐정'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보인다. ㅇㅅㅇ는 윤석열이란 이름의 초성을 표정으로 표현한 것이며 그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에는 'ㅇㅅㅇ'란 이름의 초성이 적혀 있다.

또한 윤 후보는 지난 7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후 첫 게시글에 만화 캐릭터 '엉덩이탐정' 그림을 올린 바 있다. 게시글에는 한 어린이가 건넨 엉덩이탐정 그림과 함께 "너의 꿈을 아저씨도 믿어줄게"라는 윤 후보의 화답글도 함께 실렸다.

지난 9일에도 윤 후보의 인스타그램에는 "그 엉덩이 탐정 아저씨 맞아요"란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윤 후보는 이날 상계동 노일초등학교 앞에서 노란색 조끼를 입고 교통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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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1.08.25 kilroy0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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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귤'만 붙이면 다 되는 원희룡...유승민의 유치타와 유랑드

원희룡 후보 역시 야권 대권 주자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명 부자다.

여의도 부캐(부캐릭터)를 여럿 선보이며 조선시대 룡왕, 아이돌연습생 희드래곤, 희룡부동산 사장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연기력의 호평과 별개로 인기를 얻고 있는 별명은 부캐의 이름이 아니다. 대신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별명은 '귤'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원 후보는 '귤'을 갖다붙이면 무엇이든 완성되는 마법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원 후보가 제주지사를 지내면서 제주 지역인 특산품인 '귤'을 활용하는 놀이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귤희룡', '귤지사'로 많이 불렸다.

원 후보는 지난달 25일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에서 경건한 배경음을 깔고 웅변을 하는 듯한 행보를 택하면서 귤과 할렐루야를 합친 '귤렐루야'란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부캐인 '희드래곤'과 연계해서는 '귤탄소년단'이라 불린 적도 있다.

귤을 인용한 별명 중 대세를 이루는 것은 '귤재앙'이다.

원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나는 00이다'의 빈칸을 채워 넣는 질문에 "저는 귤재앙이다. 네티즌이 붙여준 이름인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선거에서 다섯번 싸워서 다섯번 모두 이겼다. 민주당이 볼 때는 제가 재앙인 것"이라면서 "민주당 후보로 예상되는 이재명 후보에게 귤재앙의 신맛을 실컷 맛보여 주겠다. 민주당이 만들 수 없는 미래를 귤재앙이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원 후보가 자처한 귤재앙은 토론회 직후 커뮤니티에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등 호응을 얻었다. 귤재앙의 히트에 힘입어 원 후보를 귤이라 부르는 것에서 '한라봉'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유승민 후보 역시 별명을 갖고 있다. 한 팬카페에 따르면 그의 별명인 '유치타'는 "국민이 진가를 알아보게 될 때 급상승한다"는 의미로 설명된다. '유치타 이제 열심히 달리자', '오늘도 치타는 달린다'는 응원 댓글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지지자는 유 후보를 '유랑드'로 부르기도 한다. 유랑드는 유승민과 나랑드사이드를 결합한 단어로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인 홍 후보의 '홍카콜라'를 대적하는 의미, 그리고 청량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 지지층이 사용하는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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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12명을 대상으로 열린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올데이 라방'에 출연해 미소 짓고 있다. 2021.09.12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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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형 제발 나라 좀 구해줘"...최재형도 'J형' 별명

이외에도 최재형 후보는 가수 나훈아 씨의 노래 제목 '테스형'을 패러디한 'J형'으로 불린 바 있다. 최 후보의 공보방 이름 또한 'J형 공보방'이다.

J형이란 별명은 지난 7월 초 최 후보의 지지모임 '별을 품은 사람들'이 "형이 나서서 화합과 희생의 정신으로 나라를 구해달라"요구하며 그를 J형으로 부른 데서 나왔다. 조대환 별을 품은 사람들 공동대표는 당시 "J형 제발 나라 좀 구해줘. J형 제발 우리 좀 구해줘"라고 외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의 별명은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뿐 아니라 인지도, 노출 빈도를 높이며 선거 승리를 위해 간과할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네티즌이 모든 후보에게 별명을 지어주고 있지는 않다. 지난 15일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가나다순) 후보가 1차 컷오프를 통과했지만 아직 확고한 수식어가 등장하지 않은 후보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별명이라 하면 홍준표 후보를 부르는 것들, 대선주자는 아니지만 이준석 대표를 부르는 '준스톤' 같은 단어부터 단연 떠오른다"며 "사실 후발주자들을 이 같은 별명과 애칭을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캠프 자체에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해도 네티즌의 자체적인 움직임이 아니면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kime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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