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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지원과 호랑이 꼬리…"정치개입 안한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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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추석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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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준비를 하고 있다. 2021.8.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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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건데 '국정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 7월 박지원 국정원장이 취임한 것을 두고 당시 한 여권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박 원장이 실제로 정치 개입을 하든 안 하든 간에, '논란' 자체는 분명히 발생할 것이란 예측이다.

1년 뒤 '박지원 리스크'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조성은씨의 '검찰 청부 고발' 제보를 박 원장이 사실상 지휘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 박 원장은 "정치개입 그런 거 안 한다.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나"고 발끈하고 있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정치 개입 논란, 처음이 아냐

박지원 원장을 둘러싼 정치 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2월에 이미 한 차례 겪었다.

당시 SBS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회의원 299명의 구체적인 개인 신상 정보가 문건 형태로 국정원에 보관돼 있다. 사실상 사찰 문건"이라고 보도했다. 덩달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이었고, 유력 부산시장 후보였던 박형준 현 시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야당은 국정원발로 박형준 시장을 겨냥한 보도가 나온 배후로 박지원 원장을 지목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현 국회부의장)은 당시 박 원장을 겨냥해 "정치적 술수의 대가"라며 "이미 오래전 유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이름 석자에 "뭔가 있겠지"

선거를 앞두고 '박지원 개입설'이 반복되는 큰 이유는 그의 캐릭터에 들어있다. 그의 별명은 '정치 9단'이다. 노련한 정치력에 대한 칭찬이면서, 노회한 정치인 아니냐는 뜻이 동시에 들었다.

여의도 정치권에는 "내 이름은 박지원" 외에는 박 원장의 말을 신뢰하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의 말, 행동 어느 것 하나 정치적 의도가 담기지 않은 게 없다는 주장이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문제가 됐던 '동양대 표창장'의 컬러 사진을 공개하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표창장 사본은 흑백이었다. 결국 '원본'을 가진 조국 전 장관 측과 박 원장이 '짜고 친 고스톱'을 한 게 아니냐는 뒷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 원장이 지난 8월 조성은씨를 두 차례 만나 '청부 고발'에 대해 논의를 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둘째 문제일 수 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된 순간 "뭔가가 있겠지"라는 심리가 발동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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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민의당 시절 대화하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조성은씨(비상대책위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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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인가 정보기관 수장인가

박 원장의 처신도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일본 방문때 자신의 일정을 흘리고 다니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기자들을 '몰고 다닌' 게 대표적이다. 정보기관 수장답지 않고 여전히 '정치인'으로 '국정원장' 직을 수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원장이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이었다.

최근 '청부 고발' 의혹에 대해서도 박 원장의 처신이 결국 문제가 됐다. 박 원장은 8월11일 서울 롯데호텔 38층의 고급 일식집에서 '제보자' 조성은씨를 만났다. 8월 초는 남북관계가 위태로웠다. 8월10일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되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분노의 담화'를 발표했다. 남북 통신연락망도 다시 두절됐다.

'사실관계 부인'을 넘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접 '공격'한 것 역시 정보기관 수장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특히 박 원장은 윤 전 총장이 '봐주기 수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거론하며 "모든 걸 잘 알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협박이다. 명백한 정치관여죄"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CBS라디오에 나와 이런 박 원장의 모습을 두고 "국정원장이 그런 것 정도 가지고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람이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생각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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