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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취업 기상도]② 이직 천국 된 은행… 대졸 신입행원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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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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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가 은행권 채용 시즌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대졸 신입행원 공개채용을 확정 지은 시중은행은 신한·KB국민은행 정도다. 지방은행들이 일제히 채용의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지역 인재 중심으로 선발하는 곳이 많다.

반면 이직 시장은 호황이다. 전통 은행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개발자 등 정보통신기술(IT)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경력직 은행원과 개발자를 중심으로 저마다 우대 조건을 내걸며 ‘인재 모시기’에 혈안이다.

◇ 올 하반기 신입공채 확정한 시중은행 단 두 곳

신한은행은 지난 7일 올 하반기 은행권 공채 첫 스타트를 끊었다. 현재 공개채용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은 ▲일반직(기업·WM) 신입행원 공개채용 ▲사회적 가치 특별채용 ▲디지털·ICT 수시채용 ▲디지털·ICT 수시채용 삼성청년SW아카데미 특별전형 분야에서 총 250명을 뽑을 예정이다.

아직 공고를 내진 않았으나 국민은행도 조만간 하반기 공채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입 일반직 개인·기업금융 직무를 통합한 유니버셜뱅커(UB) 형태로 약 200명 규모를 뽑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정식 공고 시기, 인원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르면 추석 직후, 늦어도 10월 초에는 공채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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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실시된 NH농협은행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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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머지 시중은행인 우리·하나·NH농협은행은 하반기 신입 공채 진행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한 상태다. 은행들은 현재로선 신입행원보단 IT 경력직 채용이 급선무인데, 올해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에 등 떠밀려 공채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눈치나 여론 때문에 일반 신입행원을 뽑지 않을 수는 없는 분위기”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 때문에 규모·시기·방식 등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지방은행은 제주은행을 제외한 모든 곳이 채용을 시작했다. 부산·경남은행이 지난 8일, 대구·전북은행이 각각 지난 16·17일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광주은행은 오는 24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제주은행은 2019년 하반기 선발이 마지막 공채다.

하지만 지방은행의 경우 모집 인원이 적은 데다가 은행 본점이 위치한 지역의 출신·대학 졸업자를 위한 지역전형의 비중이 커, 취업준비생(취준생) 입장에선 채용 기회가 많아졌다고 체감하기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은행 취준생들 사이에선 ‘문송합니다’란 말이 아직 유효해요. 왜 나는 이공계를 선택하지 않았나 후회가 돼요. 은행에선 디지털 인재를 원한다는데,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한정 늘어나는 기분이어서 마음만 조급해요. 진지하게 코딩 학원 등록하러 갈까 생각 중입니다.
한 은행 취준생의 말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열리는 신입행원 채용 시장에서도 은행들은 ‘디지털’이나 ‘IT’ 인재를 원하는 모습이다. 이 분야의 수시채용이 활발한 것은 물론, 공채의 경우에도 서류에서부터 디지털과 관련한 자기소개 항목이나 스펙을 요구하면서 준비 과정이 훨씬 까다로워졌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은 신입행원 모집 서류전형 단계에서 ‘디지털 사전 연수’ 이수와 3~5페이지 분량의 ‘디지털 사전과제 보고서’ 작성 등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일면서 모집 방식을 하루 만에 수정하기도 했다.

은행권 취준생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 구직자 최모(29)씨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몇 년째 유효한 상황”이라며 “한때 문과 출신을 쓸어 담던 은행이 이제는 이과 기업으로 변질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코딩 학원을 등록하러 가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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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애플리케이션(앱).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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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 시장은 호황… 인터넷은행 몰려가는 인재들

은행 채용 시장이 예비 대졸 신입행원들에게 박해졌다면, 금융권 경력자나 개발자들에겐 활발한 이직의 장이 됐다. 디지털화가 시급한 전통 시중은행은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릴 정도고,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 업권은 후한 조건을 내걸며 매섭게 경력 은행원·개발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토스뱅크는 오는 10월 출범을 앞두고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 있었던 경력 3년 이하의 개발자 채용에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해 화제가 됐다. 토스 측은 입사자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함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또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부여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연말 자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출시를 앞두고 대출 운영과 관련한 대규모 은행권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10년 차 미만 행원들의 카카오뱅크 이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케이뱅크도 꾸준히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업무 강도가 높다는 거 알지만 그만큼 보상이 확실하고, 업무 내용이 세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제 주변 개발자들은 ‘OO뱅크’에서 불러만 준다면 무조건 이직할 거라고 그래요.
한 3년 차 개발자의 말


특히 2~5년 차 젊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인기가 많다. 3년 차 개발자인 조모(29)씨는 “스톡옵션 등 높은 보상, 자유로운 문화, 최신화된 기술 스택(시스템이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술과 프로그램들)이 매력적인 데다가 업무 내용이 세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주변에선 실제로 제안을 받아 봤다는 사람도 많고, ‘OO뱅크라면 무조건 간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졸 신입행원 채용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신생 업권인 만큼 어느 정도 업력이 쌓여야 신입 직원을 가르칠 환경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신입행원 공채를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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