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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화장실 가는 소가 기후위기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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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인간도 배변훈련 가능한데 소라고 못할까

獨연구팀, 송아지 16마리 중 11마리 훈련 성공

'개통령' 강형욱 배변훈련 방식과 상당히 유사

EU 암모니아 70%는 축산농가서 나와

이데일리

화장실 배변훈련 중인 송아지(사진=F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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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기후변화를 늦추는 ‘신박한’(신기하고 놀라운) 방법이 제기됐다. 바로 소에게 야외가 아니라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게 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당신의 소에게 배변훈련 시키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동물심리학자 얀 랑바인 박사팀의 실험 결과를 조명했다.

소의 소변에는 질소화합물인 요소가 들어 있다. 이게 대변과 섞이면 효소로 분해되며 암모니아가 생성된다. 암모니아 자체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야외 흙에 떨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흙 속 박테리아가 암모니아를 아산화질소로 바꾸는데, 바로 이 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아산화질소로 전환되는 탓이다.

하지만 야외 방뇨를 막기 위해 소를 가둬 키울 수만은 없는 노릇.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자라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 물론, 적절한 운동량을 보장해야 지방이 적고 건강한 소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동물복지를 추구하면서도 기후위기를 억제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랑바인 박사팀은 한가지 가정을 하게 된다. “소들이 화장실을 가게 만드는 어떨까?”

소들이 알아서 화장실로 향하려면 △방광이 팽창했다는 걸 인식하고 △화장실 도착 전까지는 소변을 참아야 하며 △어디로 가서 소변을 봐야 하는지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랑바인 박사팀은 소들이 화장실을 ‘보상의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배변훈련 3단계 과정을 개발했다.

1단계는 훈련에 참여한 송아지들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게 하는 것이다. 2단계로 성공한 송아지들이 당밀이나 으깬 보리를 보상으로 받고, 바깥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 못한 소들에는 물을 끼얹는 등 불쾌한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3단계다. 이는 ‘개통령’으로 알려진 강형욱 반려견 행동교정 전문가의 훈련 방식과도 유사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훈련에 참여한 16마리 중 11마리가 배변훈련을 성공한 것이다. 이는 2~4세 아동 수준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관건은 이 훈련이 얼마나 널리 퍼질 수 있을지다. 화장실을 만들고 동물을 훈련시키는 건 결국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서다.

이코노미스트는 “기후변화에 대한 건 작은 것 하나하나가 도움이 된다”며 새로운 시도를 응원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축산농가가 배출하는 암모니아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같은 시도가 의미 있는 변화로 나아가는 걸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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