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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탈레반, 여성부 자리에 '미덕 증진부' 들어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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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던 여성부 청사 자리에서 18일(현지시간) 출입구 왼쪽에 있던 여성부 현판이 뜯기고 대신 출입문 위에 '미덕증진·악행방지부' 현판이 들어서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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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구성하면서 여성 인권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엔 여성부를 없애고 그 자리에 '미덕증진·악행방지부'를 신설해 자리 잡도록 했다.

아프간의 낙후한 여성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여성부를 없애고 이슬람 종교 색채가 짙은 부서를 들어앉힌 것이다.

AP는 18일(이하 현지시간) 탈레반이 이날 여성부 청사를 미덕증진부가 쓰도록 했다면서 여성부 청사에 함께 있던 세계은행(WB) 직원들도 내쫓았다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카불 여성부 청사가 있던 건물에서는 여성부 현판이 뜯기고 그 자리에 '미덕증진·악행방지부' 현판이 들어섰다.

또 1억달러 규모의 '여성 경제력 증진과 농촌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지원프로그램을 아프간 여성부와 함께 추진했던 세계은행 직원들 역시 청사 건물에서 쫓겨났다.

아프간 여성인권 단체인 아프간여성네트워크를 이끄는 마부라 수라지는 탈레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규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17일에는 탈레반 교육부가 18일부터 6~12세 소년들과 남성 교사들의 학교 복귀를 지시했지만 같은 학년의 소녀 학생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아프간을 사실상 장악한 이후 단 한 달만에 계속해서 급속한 여성인권 후퇴 조처들을 강행하고 있다.

앞서 탈레반은 미국의 침공으로 와해 직전까지 몰리기 전인 1990년대 아프간 통치 시절 여성들과 소녀들의 교육권을 폐지했고, 여성들의 사회참여도 막은 바 있다.

탈레반 고등교육장관은 여성들도 동등하게 교육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행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아프간여성네트워크의 수라지는 "정말 정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소녀들이 잊혀지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소년들만 등교를 지시한 반면 고등교육부는 소녀들도 곧 등교할 것이라는 엇갈린 발표를 했다면서 이는 탈레반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라지는 아마도 탈레반 내부에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실용파가 강경파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26일 카불 공항 폭탄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이 탈레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탈레반 공동의 적인 IS-K가 장악한 아프간 동쪽의 잘랄라브드주에서 18일 탈레반 차량을 겨냥한 3건의 폭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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