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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끌어오는데만 5년"…'지역이기주의'에 몸살 앓는 'K-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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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 지역 주민 반발에 인프라 구축 '난감'…"美·中은 2년만에 가동"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5월 종합 지원책인 'K-반도체 전략'까지 발표했지만, 각 기업들이 지역 주민과의 갈등으로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곤지암변전소에서 경기도 이천시 하이닉스 본사를 연결하는 송전선로(전압 154kV)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M16 공장 신축 등에 따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총 공사 구간은 25.3km로, SK하이닉스 측은 내년 3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기도 광주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공사의 변수가 됐다. 광주 지역을 지나는 9.6km 구간의 인근 주민들이 지하 송전선로 및 변전소 설치 공사와 관련해 소음·분진·교통체증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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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부지 인근 곳곳에 개발 취소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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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내 8.1km 구간에 대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며, 나머지 구간은 시에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곤지암읍 일부 지역에 전압 345kV 규모의 변전소가 추가 설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광주 지역에 대한 SK하이닉스 측의 상생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지난달부터 '지중화 사업을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 수십개를 곳곳에 내걸면서 합당한 보상과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LNG(액화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단체와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측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조7천억원을 투입, 이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2년 반째 착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부 지역 주민들은 주변에 오염물질 배출, 일조권 저하 등으로 농사에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 사태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에서도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용인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대에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2024년께 반도체를 이곳에서 생산하려고 했으나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올해 초 공사를 시작하고 내년께 건물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이 일정은 1년씩 연기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 1월에 이미 착공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현재도 공사용 장비는커녕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LH 직원과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한 동안 지장물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장물이란 공공사업시행지구 안의 토지에 정착한 건물과 농작물 등 공공사업에 불필요한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보상비 지급의 기준이 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는 일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토지 보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올 하반기쯤 착공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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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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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지역 주민과의 마찰로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을 위해 총 23.9km의 송전선로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산간지역 1.5km 구간에 사는 주민들이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던 탓이다. 결국 이 문제는 삼성전자와 한전이 이 구간에 송전탑 가공선로를 설치했다가 2년 후 해당 구간에 터널을 뚫어 송전탑을 철거하고 지중화하기로 하며 마무리 됐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시설 투자에 나설 때마다 지역 주민의 반발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또 각국에서 반도체 생산라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 협조하는 모습과 달리 국내에선 관련 기업들이 거북이 행정과 토지 소유자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만 지난 5월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통해 정부가 기반 시설 마련을 위한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중국 등은 허가에서 생산시설 가동까지 약 2년 소요된다"며 "국내에선 늑장 행정과 지역이기주의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속출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곱절 이상의 시간이 걸릴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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