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다큐 촬영 도중 "다 죽였지" 자백 미국 갑부, 21년만에 결국…

더스트가 5월 휠체어에 앉아 법정에 출석했을 당시 모습. 이날 평결에는 코로나19 접촉에 따른 격리로 출석하지 않았다. [AFP = 연합뉴스]

아내와 친구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미국 부동산 재벌 상속자 로버트 더스트(78)가 친구 살해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발생 21년 만이다.

17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 배심원단은 더스트가 2000년 오랜 친구였던 수전 버먼(살해 당시 55세)을 살해한 1급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39년간 3개 주에서 3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그가 받은 첫 유죄 평결이다. 이날 판결에 따라 더스트는 다음달 18일 선고 기일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감 중인 더스트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되면서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못했다.

더스트는 아내인 캐슬린 매코맥 더스트 실종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버먼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왔다. 당시 버먼은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채 발견됐다. 검찰은 더스트가 캐슬린 살해 사건의 은폐를 도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버먼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스트는 이외에도 1982년 실종 당시 29세 의대생이었던 아내 캐슬린, 2001년 텍사스 주에서 도피생활 중 자신의 신원을 알아낸 이웃 모리스 블랙까지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더스트는 캐슬린 살해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블랙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됐으나 그의 시신을 토막 내 바다에 버린 혐의를 시인하고도 몸싸움 중 벌어진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이번 유죄 판결 후 캐슬린의 유족들은 더스트를 캐슬린 살해 혐의로 기소하라고 뉴욕주 검찰에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더스트는 뉴욕의 대형 부동산 회사 '더스트 오가니제이션' 설립자인 조지프 더스트의 손자이자 시모어 더스트의 아들이다.

그는 오랫동안 법망을 피해왔지만, 그의 삶과 범죄 혐의를 다룬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 죄를 시인하는 혼잣말을 하면서 결국 범죄행각이 들통 났다.

그는 인터뷰 촬영이 끝난 뒤 화장실에서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물론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는 당시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이를 자백으로 판단했다.

'더 징크스'란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2015년 HBO에서 방영됐으며 더스트는 마지막 편이 방영되기 전날 뉴올리언스의 호텔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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