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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영·호주 동맹' 분노한 프랑스, 이례적 미국·호주 대사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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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조원 잠수함 사업 날아간 프랑스
전례없는 대사 소환으로 강경 대응
"18세기 이후 미·프랑스 관계 급변점"
한국일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공공예술 작품인 파리의 '포장된 개선문'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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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출범에 직설적으로 배신감을 표현했던 프랑스가 이번엔 미국·호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오커스 발족과 동시에 호주와 맺었던 77조 원 규모의 잠수함 공급 계약이 파기된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 강수를 둔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두 대사를 즉각 소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동맹·협력국 사이에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이뤄진 호주와 미국의 9월 15일 발표의 이례적인 심각성"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두 대사를 소환해 오커스 출범 발표와 관련한 협의를 하겠다는 얘기다. 자신의 소환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알린 필리프 에티엔 주미 프랑스 대사는 오커스 출범을 "동맹국과 파트너십,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시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 호주가 15일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 출범을 발표한 직후부터 중국은 물론 다른 동맹국들의 반발이 거셌다. 갑작스런 새 협의체 발족으로 소외감을 표현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프랑스는 경제적 손실까지 떠안게 돼 강한 유감을 표했다.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키로 하면서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이 호주와 체결한 560억 유로(약 77조 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이 파기된 탓이다.

프랑스가 동맹국의 자국 대사를 이런 식으로 소환한 것은 처음이다. AP통신은 "프랑스가 가장 오래된 동맹인 미국에 주재하는 대사를 소환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18세기 미국·프랑스혁명으로 시작된 양국 관계가 티핑포인트(급변점)에 다다른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번에 주재 대사가 소환되지 않은 영국에 대해 "기회주의적 방식으로 오커스에 합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호주는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며 가장 강력한 파트너국 중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프랑스의 입장을 이해하며, 그간 우리의 오랜 동맹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그랬듯이 입장차를 해결하기 위해 며칠 내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외교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프랑스의 대사 소환 결정을 유감스럽게 여긴다"면서도 "호주는 프랑스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익을 공유하는 많은 현안과 관련해 프랑스와 다시 함께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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