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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향한 ‘공산주의자’ 발언도 "표현의 자유"…대법 판단 이유는 [법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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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 적시 아닌 의견 표명…검증 과정 일환

공적 인물, 비판·의혹 제기 감수하고 해명·재반박해야”

“박근혜 ‘마약·보톡스 의혹’ 확인해봤으면” 발언엔

“공적 인물 관련된 공적 관심사항에 대한 의혹 제기” 판단

대통령 관련 의견 교환·비판 ‘표현의 자유’ 폭넓게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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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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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등의 발언을 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16일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밝힌 판결 이유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 등에 대한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근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살펴보면, 대통령과 관련한 의견 교환이나 비판은 명예훼손이 아닌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법 “대통령, 비판 및 의혹 제기 감수하고 해명·재반박 통해 극복해야”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개인이 갖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공산주의자라는 표현만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하면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 등의 주장을 폈다.

해당 발언에 대한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표현”이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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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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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 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한민국이 적화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예상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개인 견해를 축약해 밝힌 것”이라며 사실 적시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대통령과 같은 공적 인물의 경우 비판과 의혹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그에 대한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무수행 적정 여부 평가엔 폭넓은 표현의 자유 보장 필요”

대법원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적절했는지 비판하는 발언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에 대해 유죄 판결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박씨는 2015년 6월 기자회견 도중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4월 16일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을 때 뭐 하고 있었나. 혹시 마약하고 있던 건 아닌지 궁금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1·2심은 박씨의 발언에 대해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이라며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고 보고 유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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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박씨의 발언이 시민단체 압수수색의 부당성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널리 퍼져있는 의혹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항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표현 행위를 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특히 폭넓게 보장돼야 하는 표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마약’과 ‘보톡스’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대해선 “그 용어만을 보면 피해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발언의 경위, 취지와 맥락에 비추어 보면, 이는 ‘이 정도로 좋지 않은 의혹까지 나올 정도이니 당시의 행적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 달라’는 의견을 강조하고자 세간에 널리 퍼진 의혹을 거론하며 사용한 것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단정할 결정적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서울고법은 지난 6월 파기환송심에서 박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아니지만, 최근 하급심에서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집회에서 ‘문재인은 간첩’ 등의 발언을 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표현이 사실을 드러내 보이는 표현이라기보다 정치적 성향 등을 비판하는 비유 또는 과장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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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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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 잃은 것으로 평가돼야 인정”

그렇다면 어떤 경우 대통령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될까.

대법원은 “발언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발언은 여전히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정부·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발언’으로서 이 같은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표현의 내용 및 방식 △의혹사항의 내용 및 공익성의 정도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정도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그 밖의 주위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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