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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조국 과잉 수사’ 한발 물러선 홍준표, 이낙연의 길 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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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족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 주장 후폭풍

洪 지지 강하던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

‘사면‘ 발언 뒤 지지율 떨어진 이낙연과 유사 패턴

세계일보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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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는 올해 1월1일자 뉴스통신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그는 국민 통합차원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계시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공개된 뒤 당 내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대표 퇴진운동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양강’을 이루던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사면’ 발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낙연 후보는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지난 5월 광주를 찾아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잘못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당 내 논란은 꺼지지 않았다. “진정 소신이었다면 끝까지 밀고나가는 뚝심을 보였어야 한다”는 주장과 “늦었지만 사과를 해서 다행이다”, “이미 뱉은 말이지 않느냐”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비록 사과는 했지만 급락했던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조국 과잉 수사’ 발언에 경쟁 후보들 거친 공세

지나간 과거 논란을 꺼내든 이유는 최근 비슷한 현상이 국민의힘에서도 연출될 조짐이 보여서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16일 TV토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과잉 수사’로 평가한 것을 놓고 당내 논란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조국 수사가)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 수사를 했다는 거다.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경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이 아니라 ‘뭐야홍’ ‘조국수홍’이 된 거냐고 한다”며 “조국 수사가 과잉 수사다라고 한 것은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한 가족 전체를 구속하면 가계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서 법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조 전 장관의 경우에는 그런 관례나 관용을 베풀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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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후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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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최근 2030 남성 커뮤니티에서의 지지를 발판 삼아 야권 대선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함께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30세대는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여권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바람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탄생시켰고, 지금은 홍 후보 지지세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잉 수사’ 언급에 16∼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홍준표에게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같은당 후보에게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운 것뿐”이라는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페이스북 관련 게시글만 8개…“제 생각을 바꾸겠다”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홍 후보는 지난 이틀 간 페이스북에 관련 게시글을 8차례 올렸다. 그만큼 파장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그는 토론 직후엔 “법이 아무리 엄중 하다 해도 그렇게 한가족 전체를 짓밟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조국 수사가 부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과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제 생각을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그게 민주주의 이고 집단 지성”이라며 “조국 수사에 대한 제 평소 생각도 고집하지 않고 바꾸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명박·박근혜 사면 건의 검토’ 발언을 꺼낸 뒤 당 내 지지층 반발에 거둬들인 이낙연 후보와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이다.

홍 후보의 발언 이후 이를 반영한 여론조사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발언 여파를 수치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 저 발언을 듣는 순간 홍 후보가 여권 성향 지지층 역선택을 노린 것 같아보였다”며 “이번 발언은 결정적인 실수 같다. 조 전 장관 일가를 ‘과잉 수사’로 보는 건 강성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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