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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간인 10명 숨진 카불 공격에 “비극적 실수”…오폭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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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켄지 미 중부사령관 기자회견 열어 발표

“희생자 가족에 깊은 위로…전적으로 내 책임”

IS-K의 테러 막는다며 8월29일 드론 공격

어린이 7명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 10명 숨져

미국내 책임론과 향후 드론 공격 의문 커질 듯


한겨레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이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관련해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은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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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의 테러를 예방한다며 지난 29일 카불에서 실시한 드론 공습이 오폭이었다고 17일(현지시각) 인정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 10명이 숨졌다. 바이든 정부의 책임론과 더불어 향후 드론을 활용한 테러리스트 공격에 대한 미국의 신뢰에도 의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케네스 매켄지 사령관은 이날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9일의 무인기 공습에 대해 “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0명의 민간인이 그 공격으로 비극적으로 숨졌다”며 “더구나 (공격받은) 차량과 숨진 이들이 호라산과 관련 있거나 미군에 직접적 위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공습은 (카불) 공항에 있는 우리 군대와 (민간인) 대피자들에 대한 임박한 위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깊은 믿음에서 이뤄졌다”며 “하지만 그것은 비극적 실수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숨진 이들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격과 비극적인 결과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중부사령부의 자체 조사 결과 뒤 나온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및 민간인 대피 과정에서 26일 호라산이 카불 공항 입구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군 13명과 민간인 170여명이 숨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테러 직후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선언했고, 하루 뒤인 27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무장 드론을 활용한 공격을 시행한 데 이어 29일 카불에서 드론 공격을 가했다. 당시 미군은 29일 공격에 대해, 대상 차량에 폭탄이 실려 있었고 카불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면서 “올바른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공격 직후 2차 폭발이 있었다면서 이는 상당한 양의 폭발물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발표 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공격 당시의 영상과 아프간 현지 사망자 가족·동료 등을 취재해, 피해자들이 호라산과는 무관한 민간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군이 공격한 차량을 운전한 남성은 제마리 아흐마디(43)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구호단체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NEI)에서 일하던 전기 기술자였다. 호라산과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을 도운 민간인을 미군이 오인했다는 얘기다.

미 관리들은 미군이 헬파이어 미사일로 공격한 것은 애초 주장한 것처럼 폭발물이 아니라, 아흐마디가 차량에 싣고 있던 물통이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당시 발생한 ‘2차 폭발’은 공격당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탱크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리들은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이날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성명을 내어 오폭을 시인했다. 그는 “우리는 아흐마디와 호라산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고, 그날 그의 행동은 전혀 무해하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다고 믿었던 임박한 위협과 전혀 관련 없다는 것을 안다”며 “아흐마디는 비극적으로 숨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고한 희생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중부사령부의 조사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의 검토 지시에는 오폭 책임 여부 등이 포함된다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말했다.

미국의 오폭은 미 안팎에서 큰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의 루벤 갈레고 하원의원이 성명을 내어 국방부 발표에 좌절감을 나타내면서 의회에 설명을 요구하는 등 정치권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문책론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혼돈의 아프간 철수를 마치고 중국 견제나 국내 인프라·복지 투자로 초점을 옮기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호라산 테러로 인한 미군 13명 사망이라는 타격에 더해 ‘민간인 오폭’이라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아프간 전쟁을 끝마치면서, 테러 대응을 위해 현지에 지상군을 배치하지 않고도 장거리 무인기 공습 등으로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으나 이번 오폭으로 그에 대한 신뢰 또한 의심받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폭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후에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의 르호봇 해변으로 갔다.

매켄지 사령관은 오폭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한 터라, 이에 대한 원활한 논의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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