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56년 전 '성폭행 남성 혀 절단 사건' 70대 여성 항고 기각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민단체들, 法 결정 반발… 재항고 의사 밝혀

세계일보

부산지방법원.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6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70대 여성이 신청한 재심을 기각한 법원이 항고마저 기각했다.

17일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이 지난 6일 최모(75)씨가 요청한 재심을 기각했다.

최씨는 지난 2월 17일 부산지방법원의 재심 기각 결정에 불복해 부산고등법원에 항고했으나, 법원은 최씨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들이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법권의 소송지휘권 행사는 사건 발생 당시 사회적·문화적·법률적 환경 속에서 범죄의 성립 여부와 피해자의 정당방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직무에 관한 죄를 범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은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재항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부산지법의) 지난번 재심 기각결정문을 그대로 복사한 것처럼 똑같다”면서 “(재판부가) 해당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여성의전화는 재판부의 항고 기각 결정에 대해 분노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강조했다.

한편 최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노씨의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잊혀갈 때쯤인 2018년 최씨는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용기를 얻어 여성의전화에 사건 관련 상담을 통해 지난해 5월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부산지법은 지난 2월 재심 청구를 기각하면서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를 논할 때 언제나 등장하고 회자했던 ‘혀 절단’ 사건의 당사자가 반세기가 흐른 뒤 자신의 사건을 바로 잡아달라면서 법정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구인의 재심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