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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장기미제사건 범인 잡았지만···무죄 받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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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할 고의 가졌다고 단정 어려워

특수강간·강간치사는 공소시효 끝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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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골프장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 22년 만에 법정에 섰지만 처벌을 면하게 됐다. 살인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서 공소시효 문턱에 걸렸기 때문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강간 신고를 못하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때렸다는 것을 넘어서 살해할 고의를 가졌다거나 (살해) 공모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A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특수강간, 강간치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면소’ 결정을 내렸다. 면소는 형사소송을 제기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을 때 내리는 판결로, 사실상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A씨는 지난 1999년 7월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골프연습장에서 공범과 함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자는 목격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나흘 만에 끝내 숨졌다. 피해자가 숨지고 목격자가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피해자의 신체에서 채취했던 DNA가 별개의 연쇄 강도살인 범행으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A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검찰은 재수사 후 지난해 11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판부에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시효가 완성돼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에만 특례 규정을 받아 시효가 인정되나,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를 가졌다거나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이 A씨인지 공범인지 알 수 없고, 살해할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의 신체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다고 해서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 성관계한 사람이 공범이 아닌 A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유죄 심증을 형성할 수 없다면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유하 인턴기자 you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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