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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22위 기업 '패망' 문턱에…중국 뒤흔들 위기 맞다 [김지산의 '군맹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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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기자]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헝다 파산 위기]①부동산 경기 하강 불가피…'주택노예', 가계부실 가속화 우려

머니투데이

쉬자인 헝다 회장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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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에서 시작해 문어발식 확장으로 세계 500대 기업 중 122위까지 올랐다가 패망 문턱에 와있는 헝다(恒大). 헝다 파산은 단순히 대기업 한 곳이 무너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종업원과 협력회사, 투자자, 금융부실 등 예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 중국 공산당 지도 체제를 위협할 충격파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우선 헝다의 지난날을 보자. 창업자 쉬자인(徐家印)은 1997년 헝다를 창업했다.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 내 명문 축구단 광저우헝다를 운영하고 2019년에는 자본금 20억달러(약 2조3300억원)를 투입, 전기차(헝다신에너지자동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심지어 생수와 식용유, 분유 등을 생산하는가 하면 테마파크, 관광, 헬스케어 사업도 벌였다. 빚으로 일으킨 무리한 사업 확장과 중국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은 헝다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차단하자 돈줄이 말라버린 것이다.

현재 헝다 부채는 3050억달러(약 356조원)에 이른다. 이중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발행 회사채만 74억달러(약 8조63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채권 가격은 4분의 1토막이 났다. 해외 채권자들은 헝다가 망하면 이 돈을 고스란히 떼일 가능성이 높다. 청산했을 때 투자금 회수 순번에서 저 뒤에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 S&P 등이 헝다 신용등급을 일제히 끌어내린 건 당연한 수순이다.

헝다에 주택 구매 계약금을 낸 구매자들만 150만명이다. 이들은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헝다가 개발 중인 주택 프로젝트는 중국 전역 22개 도시, 약 800개에 걸쳐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은행들에 헝다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은행 대출이자 지급을 하지 못할 거라고 통보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은 곧 부도 선언이다.

신용분석업체 리오르그의 제임스 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는 중인데 헝다를 살려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미국 시노인사이더 소속의 한 애널리스트는 "정권 안정을 위해서라도 베이징(중국 공산당)이 헝다를 이대로 파산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의 안정'을 언급한 건 중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 구조와 부동산을 떼고 생각할 수 없어서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이른다. 신용을 완전히 상실한 헝다가 살기 위해서는 주택을 싼값에 판매해야 한다. 바겐세일이 일어나는 지역 일대 부동산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헝다는 이마저도 시도하지 못한 채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광둥성 포산시 난하이구는 지난 13일 헝다가 건설 중인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는데 여타 지자체들이 뒤따를 여지가 있다. 헝다가 아무리 헐값에 집을 내놓아도 소비자들이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면 헛수고다.

헝다 위기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신용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현재 헝다 관련 뉴스들에는 헝다 위기 덕분에 이제야 집값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에 찬 댓글들이 속속 달리고 있다.

집이 없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일지는 모르지만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대출 회수 압력으로 작용하고 가계 부실로 이어진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50조8000억위안(약 9202조원)에 달한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난징, 우한 같은 중국 내 1,2선 도시민들의 경우 상당 수가 20~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후 가처분소득의 40~50% 정도를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다. 이른바 '주택노예'들이다. 정상적인 소비생활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자산가치 급락과 가계 파산은 사회 불만 세력을 양산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②편에 계속

베이징(중국)=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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