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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홍준표, "조국 수사는 과잉" 말 한마디에 당심·2030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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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비호 취지 발언에 중도층서도 비판…진중권 "검찰이 탄압받던 상황"

당원 비중 점점 확대, 당심 윤석열로 기우나…번복하자니 지지층 이탈 우려

뉴스1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홍준표 의원 초청 왁자지껄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2021.9.1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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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가 지나쳤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심'(黨心) 잡기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지지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이탈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18일 정치권은 홍 의원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경선을 거듭할수록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지난 16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첫 토론회에서 홍 의원은 하태경 의원이 '조국 수사가 잘못된 것이냐'고 몰아붙이자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며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수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로서) 정덕진, 정덕일 형제 모두를 구속하지 않고 한 사람만 했다"고 했다.

하 의원이 "가장이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조선시대 경국대전에 나온 법 의식이다. 개인이 잘못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몰아치자, 홍 의원은 제대로 답변할 시간을 놓쳤다.

홍 의원은 토론회 직후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며 "그래서 조국의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고 말한 것"이라고 적었다.

토론회 직후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홍 의원은 3시간여 후인 오후 10시33분쯤 재차 글을 올리며 해명에 나섰으나 사실상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홍 의원은 "조국 전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 수사였다"고 적었다.

'윤석열 검찰'은 지난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이 장관 후보자 시절 접수한 고소·고발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고소·고발은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딸의 입시비리 의혹과 동생의 채용비리 의혹, 5촌 조카의 횡령 배임 의혹이 불거지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됐다.

수사 착수 2년이 흐르면서 법원의 판단도 속속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는 2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조 전 장관의 동생도 2심에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부산대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 본다면 홍 의원의 주장이 보수층은 물론 지지세력으로 떠오른 젊은층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분위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 아빠는 물론이고 미성년이었던 쌍둥이 딸까지 기소돼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과도한 검찰권이 조국 가족에게만 선택적으로 행사됐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조국 가족은 권력의 비호와 엄호를 받고 검찰은 수사방해와 탄압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 후보님, 이건 아니다"라며 "조국 부부가 범법자인데 '1가구 1범죄만 처벌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직격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실언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가족 중에 대표자만 구속한다 이런 논리는 적어도 조국 사건에 적용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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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홍준표 후보(왼쪽)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면접을 받고 있다. 2021.9.9/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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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남성이 주 이용자인 인터넷커뮤니티 에프엠코리아(펨코)에서는 홍 의원에 대한 비판과 지지철회가 이어졌다.

홍 의원은 직설적인 '사이다 발언'과 이준석 대표를 엄호하는 모습 등을 보이며 최근 MZ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청년세대는 자산 불평등과 교육 격차 등을 겪으며 다른 세대보다 '공정성' 문제에서 더 민감한 세대로 평가받는다.

한 이용자는 "민주당은 스스로 무너진 게 아니라 입시 브로커 조국과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때문"이라며 홍 의원을 비판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 MLB파크에서도 "대권 욕심에 갑자기 뒤통수를 쳤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와 똑같은 '홍적홍'(홍준표의 적은 홍준표)", "역선택 지지율에 취해 정신 못 차린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 의원이 입장을 고수한다면 남은 대선 경선에서 일단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윤 전 총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발표된 1차 컷오프 결과에서 윤 전 총장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리면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컷오포는 당원 여론조사 2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80%를 합산해 이뤄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홍 의원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소폭으로 윤 전 총장을 앞섰지만,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더블스코어 이상의 차이로 밀렸다. 국민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이 80%가 아니었다면 합산 결과는 더 크게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홍 의원의 지지율은 '진보층에서 높고, 보수층에서 낮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보수층에서의 지지율을 많이 끌어올렸다고는 하나 윤 전 총장을 역전한 결과를 찾기는 힘든 실정이다.

문제는 경선이 거듭될수록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2차 컷오프에서는 당원투표 30%, 후보 확정 때(11월5일 발표)는 50%로 확대된다.

홍 의원이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를 꺼내들지 않는다면, 당원 지지율이 높은 윤 전 총장이 계속해서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30 세대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았는데, 조 전 장관의 '내로남불' '언행불일치'가 드러난 게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였다"며 "그런데 지금에 와서 검찰 수사가 과했다는 홍 의원의 주장은 이들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굉장한 '실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추석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면 다시 만회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렇다고 입장을 번복하면 지지를 받는 진보·중도층에서 이탈이 있을 거 같고, 안 하자니 보수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홍 의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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