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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추석이후 ‘가을딸기’ 쏟아진다…16년간 버려진 폐터널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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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의 폐터널이 스마트팜으로 변신

16년간 방치됐던 충북 옥천의 폐(廢) 터널(유휴터널)이 국내 최대 규모의 인도어 스마트팜으로 탈바꿈했다. 폐터널에서는 ‘가을 딸기’가 자란다. 딸기는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출하돼 맛볼 수 있는 시기가 제한돼 있었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SSG푸드마켓은 17일 “팜테크 스타트업인 넥스트온과 손잡고 2달 먼저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가을딸기, ‘스마트 베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가을 딸기 판매는 이번 추석 명절 이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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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온은 충북 옥천의 폐(廢) 터널을 스마트팜으로 개조해 딸기 등을 재배한다. LED 조명 기술을 활용해 연중 재배가 가능하다. 덕분에 평소엔 먹기 힘든 '가을딸기'도 길러낸다. [사진 넥스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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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딸기는 유통업체로서는 도전에 가깝다. 기존에는 시험 재배 등으로 여름이나 가을에 소량의 딸기를 생산하긴 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이나 상용화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겨울 제철 딸기가 10브릭스(brix) 이상의 당도를 유지하는 반면, 여름ㆍ가을 딸기는 7~8브릭스 수준으로 당도가 낮고, 여름철 더위로 인해 쉽게 물러져 재배나 판매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팜테크 스타트업인 넥스트온은 폐터널에 주목했다. 넥스트온은 서울 반도체 출신 발광 다이오드(LED) 전문가 세 사람이 2017년 세운 스마트팜 벤처다. 최재빈 대표는 서울 반도체 사장을 역임한 국내 최고 LED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순 LED만으로는 사업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아직 블루오션인 LED 조명을 활용한 스마트 인도어 팜을 구상했다. LED를 잘 활용하면 1년 내내 채소나 과일을 재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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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온이 충북 옥천의 폐(廢) 터널에서 길러내는 가을딸기. LED 조명 기술을 활용해 연중 재배가 가능하다. [사진 넥스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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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구상은 좋았지만 LED를 활용한 인도어 팜은 막대한 운영비와 전기세가 문제란 점을 알게 됐다. 운영비와 전기세를 줄일 방법을 찾다가 연중 선선한 땅굴이나 터널 같은 지하 시설을 활용하기로 했다. 최 대표 등은 8개월이 넘는 긴 과정을 거쳐 한국도로공사로부터 2002년부터 유휴 시설이었던 충북 옥천 터널의 임대에 성공했다. 터널 길이는 600m, 연면적은 약 2000평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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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푸드마켓이 판매 중인 프리미엄 가을딸기. 추석 연휴 이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사진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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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6년간 비어있던 터널은 청소부터 큰 문제였다. 터널 리모델링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처음 설계된 재배시설의 설계를 3번이나 고쳐가며 현재 시설을 완성했다. 넥스트온 측은 “터널 덕에 장마나 태풍 등 날씨 걱정 없이 1년 내내 동일한 환경 속에서 균등한 품질의 딸기 및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보통의 스마트팜은 습도와 온도 정도를 제어하는 데 그치지만, 터널형 인도어 팜에서는 빛과 온도, 습도, 바람 등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여러 환경 모두가 자동으로 제어된다”고 설명했다.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햇빛은 LED 광학기술을 적용했다. 자체 조명으로 식물의 광합성에 최적화된 ‘블루 450나노미터, 레드650나노미터’의 가시광선 파장을 만들어내면서 발열은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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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온이 충북 옥천의 폐(廢) 터널 내에서 길러내는 가을딸기. LED 조명 기술을 활용해 연중 재배가 가능하다. [사진 넥스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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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품종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고슬’로 했다. 고슬은 ‘가을’을 이르는 제주도 방언으로 여름 딸기와 겨울딸기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덕분에 넥스트온에서 생산하는 스마트 베리는 기본적으로 10~11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갖추고, 딸기 자체 향이 매우 강하다는 게 특징이다. 가을 딸기지만, 쉽게 무르지 않는다. 경도가 일반 딸기 대비 20%가량 높아서다.



터널 한 곳에서 한해 50t 이상의 딸기 재배



현재 넥스트온 인도어팜 딸기는 터널 내부에 설치된 6단 선반에서 재배 중이다. 한 해 50t 이상의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딸기 외에도 터널에는 샐러드 재배 시설(연 200t 이상)과 엽채, 기능성 바이오 소재 첨단 생육 시설(300t) 등이 갖춰져 있다.

충북 옥천의 스마트팜에서는 약 4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연구개발 담당 직원만 10명이 넘는다. SSG푸드마켓 한정훈 과일 바이어는 “겨울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인기 품목이지만 한정적인 시즌밖에 맛볼 수 없던 딸기를 인도어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이제는 가을에도 먹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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