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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군 오판 참사…드론 사망 아프간인 車엔 생수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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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민간인 비극적으로 살해" 사과

바이든, 아프간 미군 철수 정당화 주장

원거리 드론 공격 대테러 전략 약점 노출

중앙일보

지난 8월 2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민가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전소된 차량. 차량에는 폭발물이 아닌 생수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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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막바지였던 지난 8월 29일 아프간인 10명을 숨지게 한 미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은 오폭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을 노린 자살폭탄 테러를 막은 "정당한 공격"이었다는 미 국방부의 당초 주장도 틀린 것이 됐다.

미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용 폭발물이 실린 것으로 오인해 아프간 민간인 차량과 주택을 잘못 공격한 것을 시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앞서 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미군이 당시 공습으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 지부(IS-K) 요원이 아닌 민간인 10명을 숨지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케네스 매킨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그 공격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최대 10명의 민간인이 비극적으로 살해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매킨지 사령관은 "해당 차량과 숨진 사람들이 IS-K와 관련 있거나 미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참담한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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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케네스 매킨지 미 중부사령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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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드론 공격 직후 미 국방부는 해당 차량이 IS-K 안가로 의심받는 곳에서 나왔으며, 몇 시간을 추적한 결과 차 안에 임박한 공격에 사용될 폭발물이 적재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차량 운전자 자메라이 아흐마디가 폭발물을 수집해 차량에 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 결과 아흐마디는 오랜 기간 미국 구호단체 '영양 및 교육 인터내셔널'에서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폭탄 테러범이 아니라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탈출시켜야 할 대상이었던 셈이다.

폭탄으로 의심받았던 트렁크 적재물은 가족이 마실 생수로 추정되고, 2차 폭발을 일으킨 물품 역시 폭탄이 아니라 프로판 가스 또는 가스 탱크로 보인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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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어린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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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폭 사흘 전 카불 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170명 이상이 숨지고, 철군 시한(8월 31일)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긴장감이 불러온 참사로 보인다. 아흐마디와 그 자녀·조카 등 어린이 7명과 다른 성인 2명이 숨졌다.

이번 오폭으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해도 테러를 막는 데 문제가 없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략에 결함이 드러났다고 WP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이유를 설명하면서 드론 등 군사 기술과 정보 수집 능력 발달로 원거리에서도 아프간 내 테러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기도 전에 원거리 드론 공격이 실패한 사례가 나타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테러 수행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카타르 등 인접국에서 출격하는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 공격은 부정확한 정보와 지휘관들의 과신으로 민간인의 평범한 행동도 테러리스트의 악의적 의도로 잘못 해석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고 WP는 지적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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