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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인데, 그냥 버티라고 해… 훈련소가 ‘정신병’ 귀가 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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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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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성 아토피 피부염 탓에 채식을 해야 한다는 한 제보자가 훈련소에서 귀가 조처된 사연이 전해졌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17일 ‘군대에서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해야 하는’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모 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입영했다는 A씨는 “알레르기성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어 평소 피부약을 바르고 식단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음식들로 맞춰서 식사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닭가슴살을 제외한 육고기 전부, 고기기름으로 가공된 모든 음식, 마요네즈, 버터, 즉석 음식, 가공식품, 튀김, 과자 등 맛있다 싶은 음식은 모두 아토피 때문에 먹지 못한다”며 “군에 지원할 때도 채식주의자 체크란이 있어서 해당 확인란에 체크한 뒤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연히 군에서 채식주의자를 배려한 식단을 제공하는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군의관에게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으로 앞서 언급한 음식들을 먹을 수 없다고 했지만 식단에는 계속 제가 먹지 못하는 음식들만 나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회에서 먹었을 때 괜찮았던 음식들만 먹으며 생활했다. 그러나 심각한 건 사회에서 먹었을 때 아무 문제 없던 음식을 군에서 먹자 아토피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라며 “제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조리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아토피가 심해진 탓에 밥과 김치만 먹으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한 분이 배식 받을 때 추가로 250㎖짜리 우유를 하나 주기로 했지만 몸은 나빠질 때로 나빠졌다”며 “결국 영양 불균형으로 쓰러졌다”고 밝혔다. 당시를 회상하며 “몸이 파르르 떨리며 호흡이 가빴고, 조교가 저를 업고 군의관에게 데려 갔던 게 기억난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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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방부가 공개한 채식주의 병사 식단 예시./대한민국 국방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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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군의관은 영양 불균형으로는 귀가 조처가 불가하다고 했고, 결국 방법이 없어 정신병으로 귀가 조처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입대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억울하고 분하다”라며 “밥만 제대로 줬다면 지금 군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을 텐데, 귀가 조처 후 또 입영하게 되면 또 똑같은 사유로 쓰러질 텐데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식하던 조교가 ‘너 하나 식단 관리해주는 거 안 된다. 그러니깐 그냥 버텨라’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며 “이런 말이 정말 고통 그 자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육대전 측은 댓글란에 “이건 해당 인원 잘못도, 신교대 잘못도 아니다”라며 “현역으로 징집했다면 이런 인원까지 군대 자체가 포용할 시스템을 수반해야 하는 게 당연할 것”이라는 반응을 남겼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군대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근무하는 곳이기에 별도의 식단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것은 어려움이 다소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방부는 책임 지지 못하면서 채식주의자를 왜 뽑냐” “국방부에서 채식주의자용 식단을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약속을 어긴 국방부의 잘못이 크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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