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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집집마다 컴퓨터 보급 주역…영국 발명가 싱클레어 경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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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계산기 최초 발명, 가정용 컴퓨터 싼 가격에 내놔 상용화

1980년대 이미 전기차, 휴대용 TV 선보였으나 시장 외면 받아

연합뉴스

1977년 당시 클라이브 싱클레어 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아버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발명품의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고 싶어했어요."

휴대용 계산기를 최초로 만들고 가정용 컴퓨터의 상용화를 이끈 영국의 발명가 클라이브 싱클레어 경(Sir)이 1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1세.

싱클레어 경의 딸 벨린다가 그가 이날 오전 투병 생활 끝에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런던에서 공작기계 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를 둔 싱클레어 경은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12번이나 전학을 다녔으며, 때로는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지니어 가풍의 영향을 받아 14세에 홀로 1인용 잠수함을 설계하는 등 성년이 되기 전부터 발명에 재능을 보였다.

17세에 학교를 그만둔 싱클레어 경은 창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4년간 언론사에서 기술 담당 기자로 일한 끝에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했고, 1972년 그는 최초로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무게와 크기의 계산기를 발명해냈다.

아울러 그는 일반 가계가 감당할 만한 가격의 컴퓨터를 발명해 시장에 내놓았다.

싱클레어 경의 컴퓨터 제품군 중 첫 작품인 ZX80는 1908년 당시 기성 제품의 20%인 99.95파운드(약 16만원)로 출시돼 5만대가 팔렸다.

그가 후속작 ZX81을 이보다 싼 69.95파운드(약 11만원)에 내놓자, 25만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1982년 출시한 8비트 가정용 컴퓨터 ZX스펙트럼까지 연이어 성공을 거둬 그는 연간 1천400만파운드(약 227억원)를 버는 백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사업적 성공을 토대로 그는 1983년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추천을 통해 기사 작위를 받는 등 전성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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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C5를 선보인 클라이브 싱클레어 경(Sir)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후 발명과 사업은 부침을 거듭했다.

그는 1985년 1월 1인승 3륜 전기자동차 C5를 내놓았으나 이번엔 찬사가 아닌 혹평을 받았다.

차체가 낮아 시야 확보가 어렵고 운전자가 외부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안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끝에 C5는 사업적으로 실패했고, 싱클레어 경 역시 다음해 컴퓨터 사업을 매각할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1983년에 휴대용 TV를 출시했지만 이 역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가디언은 "오늘날 게임업계의 거물 중 다수가 싱클레어 경의 ZX모델 컴퓨터를 통해 커리어를 시작했다"면서 그의 업적을 기렸다.

세계적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역시 이날 트위터에 올라온 싱클레어 경에 대한 기사에 "편히 잠드시길, 그의 컴퓨터를 사랑했다"고 코멘트를 남겼다.

벨린다는 "아버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발명품을 두고,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인지 물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항상 아이디어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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