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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발 단 ‘금지’야…날자, 더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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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3년 철창에 끼어 발가락 절단
서울대공원 해리스매 치료 성공
‘의족’ 달고 능숙하게 사용하기도

경향신문

의족을 달고 비상하기 위해 몸을 움츠린 붉은허벅지말똥가리 ‘금지’의 모습. 서울대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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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다리가 끼는 사고로 한쪽 발을 잃은 매 ‘금지’가 새로운 다리를 얻었다. 이 과정에는 ‘금지’의 의족을 달아주기 위한 서울대공원 사육사들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서울대공원은 해리스매(붉은허벅지말똥가리) ‘금지’가 의족을 달고 능숙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17일 공개했다. 서울대공원에는 붉은허벅지말똥가리 ‘금지’ ‘옥엽’ 커플이 살고 있다. 2009년 스페인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와 자리 잡은 지 벌써 12년째다. ‘금지’와 ‘옥엽’은 먹이를 둥지로 가져가 살을 발라 먹은 뒤 남은 뼈를 다시 먹이대 위에 올려두는 착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사육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금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2013년이다. 비행 중 철창에 다리가 끼면서 발가락이 절단됐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던 지난해 겨울, 절단부위에 동상이 걸렸다. ‘금지’는 한 다리로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두 다리로 서는 새는 한쪽 다리가 없으면 균형을 잡을 수 없다. 거기에 한쪽 발로 먹이를 잡고 먹는 맹금류 특성상 한쪽 다리가 없다는 것은 먹이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대공원 송종훈·황현지·이아름 사육사와 김수현·이하늬 수의사는 ‘금지’에게 의족을 달아주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우선 ‘금지’의 동상치료에 집중했다. 다리에 동상 방지 크림을 발라 마사지를 했다. 38도 물속에서 매일 20분씩 ‘금지’의 언 다리를 녹이는 온욕치료를 했다. 새 입장에서는 매일 물속에 20분씩 다리를 담그는 상황이 이해될 리가 없을 터. 사육사들은 ‘금지’의 다리를 물에 담그고 있는 동안 ‘금지’의 몸을 꼭 잡고 있어야 했다. ‘금지’의 몸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까지 고안해냈다.

‘금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다리를 물에 담그고 있는 시간 움직이지 않고 참아내기 시작했다. 이 기간만 두 달이 걸렸다. 송종훈 사육사는 “온욕치료는 저희와 ‘금지’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금지’가 다시 다리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다행히 순한 ‘금지’도 곧잘 적응해 온욕치료가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욕치료 과정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금지’에게 의족을 달아주기 위한 치료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가의족을 제작해 달았다. 균형은 잡을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금지’의 날카로운 부리가 가의족을 고정한 붕대를 물어뜯어 금세 떨어져나간다는 것이었다.

외국의 치료 사례를 찾던 이하늬 수의사의 눈에 맹금류인 수염수리의 다리에 나사뼈를 박아 반영구 의족을 달아준 것이 띄었다. ‘금지’의 다리뼈에 나사를 박고, 발 안쪽엔 푹신한 아이클레이로 둘러 씌웠다. 바깥 부분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의족을 달아주는 2차 수술이 진행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의족 달기에 성공한 ‘금지’는 이제 의족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도 안다. 의족으로 먹이를 눌러놓고 부리로 뜯어먹으며, 두 다리를 쭉 뻗어 멋지게 날기도 한다.

12년간 ‘금지’ ‘옥엽’과 함께 생활해온 송종훈 사육사는 “‘금지’가 어려운 치료 과정을 정말 기특하게 잘 버텨주었다”며 “기록상 붉은허벅지말똥가리의 최장 수명은 15년이지만 ‘금지’가 좀 더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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