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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금융권 첫 노조 추천 사외이사 탄생…文 대통령 공약 5년 만 결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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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추천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 신임 사외이사

윤태효 태평양 변호사도 사외이사에 이름 올려

타 금융공공기관 등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급물살 전망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금융권 최초의 노조 추천 이사가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탄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노조 추천 이사제'가 5년여 만에 도입된 것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금융권 전반에 노조 추천 이사 도입 시도가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날 오후 신임 사외이사로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와 윤태효 태평양 변호사 등 2명을 선임했다.

이 신임 사외이사는 노측이 추천한 인물이다. 수은 출신으로 지난 2011년 7월 퇴임했으며 마지막 보직은 수출금융본부장이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이 추천 배경이었다"며 "수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외부 경험이 많은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당초 1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은 노조가 지배구조의 건전성 측면을 고려해 사외이사를 1명 더 선임하자고 건의했고 이를 수은과 기재부가 받아 들였다. 수은의 이사회 구성은 은행장과 전무이사 각 1명,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각 3명 등 총 8명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임 사외이사 2명 선임으로 이사회는 총 9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추가로 선임된 윤 변호사는 사측이 추천한 인물이다. 사법고시 34회 출신으로 서울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하고 있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사외이사를 한 명 더 늘리자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사측도 ESG 경영 차원에서 한 명 더 늘리는 방향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권에선 이번 수은 사외이사 선임에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 봤다. 그간 유보적 입장을 표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자격과 역량’만을 두고 평가한다고 했고 여당 등 정치권의 지원 사격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특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노조의 천막농성장을 찾아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끝까지 살펴보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지난달 24일 한국노총-민주당 고위급 협의회에서도 "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무자격 논란’을 빚은 한국성장금융의 청와대 출신 낙하산 인사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현재 진행 중인 수은의 사외이사 선임이 지연된 배경도 청와대 출신 인사 내정 추진이 문제가 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성장금융이 결국 논란이 된 낙하산 인사의 ‘자진 사퇴’를 유도한 만큼 이에 대한 후폭풍이 수은 노조의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시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수은에 금융권 첫 노조 추천 이사가 탄생하게 됨에 따라 그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노조 추천 이사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은 노조 추천 이사 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타 금융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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