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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추석 연휴 하루 남았는데… 코로나 집단감염에 직격탄 맞은 가락시장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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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과일을 경매하는 현장에 인적이 끊겼다. /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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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중앙청과 조합장인 정인실(70)씨는 지난 2일 인근 점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8일째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1년 중 가장 바빠야 할 추석 대목이었지만 이곳 시장 상인 중 124명은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씨는 “한 점포당 10~20군데 정도의 거래처를 두고 있다. 자가격리로 인한 손해가 20억~60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수입 과일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추석 제철 과일인 사과와 포도는 팔리지도 못한 채 창고에 방치돼있는 상태다.

서울 송파구의 가장 큰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청과동에서 100명이 넘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상인들에게는 1년에 딱 두 번 있는 명절 대목이었지만 시장은 썰렁했다. 방역당국이 지난 13일 오후 중앙청과 종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내린 탓이다. 집단 감염 여파로 명절 휴업 일정도 앞당겨졌다. 채소 부류는 당초 19일에서 17일 오후 경매 후로, 과일 부류는 당초 20일에서 18일 오전 경매 후로 각각 앞당겨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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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내 농산물 상가가 비어있다. /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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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9시 찾은 가락시장 도매시장. 평소 명절 연휴라면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붐벼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드문드문 보이는 손님들은 필요한 과일만 조금 골라 바로 시장을 떠나는 모습이었다.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렇게 한가한 적은 처음’이라는 상인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과일 소매업을 하고 있는 김정수(41)씨는 “평소 매출의 딱 절반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과일 경매를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는 가락시장에서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왔다는 뉴스가 나오자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마저 뚝 끊겼다는 것이다. 김씨는 “뉴스가 나가고 나서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고 전화로 택배 주문을 하는 사람들만 있다”고 했다.

17일 0시 기준 확진자가 166명 나온 도매청과시장 상황은 더 나빴다. 경매인과 도소매업 상인으로 활동하는 김형진(65)씨는 “명절 연휴라 쌓아놓은 과일은 많은데 사가는 손님이 없다”며 “매일 1000명 정도는 오던 도매 손님들이 절반 정도 줄고, 일반 (소매) 손님들은 적어도 8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코로나 19 진단검사를 앞둔 김씨는 “만약 경매하는 사람들 중에서 확진자 한 명이라도 나오면 바로 실직자가 되는 것”이라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이렇게 대규모 집단 감염이 일어난 데에는 시장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농수산품식품공사가 선제적인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채찬식(65) 가락시장 한국청과 과실부 중도매인조합장은 “코로나 19에 감염돼 영업하지 못하게 된 중앙청과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비참한 상황”이라며 “공사가 열감지기만 입구에 배치됐어도 확진자가 이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채 조합장은 “가락시장에 하루 3만명이 왔다갔다하는데, 공사는 현장 방역을 관리할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열 감지기 설치 요청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상인들에게는 조합비로 마스크를 제공하고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지만, 지방에서 오는 과일 판매자와 각지에서 몰려드는 구매자들의 방역까지는 자력으로 전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청과동에 열감지기가 설치돼있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매 등 판매과정에서 참여자들에게 자체적으로 발열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이신혜 기자(shi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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