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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 추석 앞둔 전통시장은 웃고 인근 대형마트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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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원 국민지원금 사용처에 따라 명암 엇갈려…줄 선 전통시장

이투데이

15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 입구에 추석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심민규 기자 wildb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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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 사용 가능합니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모쪼록 살맛 납니다. 추석 끝나고도 쭉 이랬으면 좋겠네요.”

추석을 앞둔 15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 시장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국민지원금 선불카드를 꺼내 들며 장을 보기 바빴다. 특히 육류와 수산물을 파는 상가 앞엔 손님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골목을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 최 모 씨(57)는 “오늘은 지난주보다 손님이 3배 정도 많이 오는 거 같다”며 “자반고등어는 이제 딱 한 마리밖에 안 남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최 씨는 “재난지원금 카드를 들고 오신 어르신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과일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 김 모 씨(60)의 가게에는 사과와 배를 묵직하게 든 손님들로 가득 찼다. 김 씨는 “명절 앞두고 손님이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는데 그 걱정 싹 날아갔다”며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셔서 다시 힘낼 수 있는 거 같다”고 이마에 구슬땀을 닦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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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의 한 가게에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매장' 현수막이 걸려 있다.(심민규 기자 wildb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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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명절 대목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전통시장이 11조 원 규모의 국민지원금 지급으로 숨통이 트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내부 어디서나 ‘국민지원금 사용가능매장’이란 현수막과 안내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15곳의 가게에 직접 국민지원금 카드를 사용을 문의하니 모두 “사용할 수 있다”라는 답을 받았다.

국민지원금의 효과도 컸지만, 온누리상품권과 전통시장 주변 일부 주차도 허용도 많은 인파를 몰리게 한 기폭제가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10% 할인되는 온누리상품권을 1인당 구매 한도를 기존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렸다. 도봉구청도 추석 연휴 기간 전통시장 주변 도로의 주차 허용 조처를 공지한 바 있다.

이도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실장은 “추석 명절이라는 특수와 재난지원금 사용,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할인, 주차 문제 해결 등 여러 긍정적 요소가 합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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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이다.(심민규 기자 wildb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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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시간, 인근 대형마트는 썰렁했다. ‘추석 역대급 할인의 장’이란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국민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특성상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큰 규모의 대형할인점이었지만 방문한 사람 수를 손에 꼽을 수 있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이 국민지원금 사용할 수 있냐고 많이 물어보신다”며 “평소 같은 날보다 방문하는 고객이 많이 안 온다”고 했다. 이어 “(노조의) 추석 파업도 곧 시작되면 설상가상일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날 만난 도깨비시장 상인들 대다수가 명절 특수 ‘반짝 장사’를 경계했다. 추석 후 전통시장의 앞날은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국민지원금 사용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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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심민규 기자 wildb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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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 박 모 씨(53)는 “잠깐 이렇게 대목이라 많은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거리두기로 영업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전통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따르면 7월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지수(BSI)는 32.8로 전월보다 20.8포인트 급락했다. 전통시장 체감 BSI도 26.6으로 전월보다 22.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지원금과 추석 반짝 특수가 일시적인 만큼 소상공인들의 근심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투데이/심민규 기자(wildboa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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