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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계은행 고위층, 중국의 기업 환경 평가 높이려 압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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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게오르기에바 최고경영자 등 개입

당시 김용 총재의 측근들도 압력 행사

평가 방법론 바꿔 중국 순위 7단계 상승

2020년엔 사우디 등의 순위도 바뀐 의혹


한겨레

2017년 세계은행 최고경영자 재직 당시 중국의 기업 경영 환경 평가를 높이려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현 국제통화기금 총재.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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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고위층이 2017년 발간한 ‘2018 기업 경영 환경 보고서’에서 중국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법무법인 윌머헤일은 세계은행 윤리위원회의 의뢰로 작성한 조사 보고서에서 2017년 당시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최고경영자(현 국제통화기금 총재)의 측근들이 중국에 대한 평가를 높이기 위해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내부 감사와 윌머헤일의 조사 결과, 전직 고위층과 전·현직 직원들의 행위를 포함한 윤리 문제가 제기됐다”며 기업 경영 환경 보고서 발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11가지 분야의 규정을 평가하는 내용이며, 평가 대상은 전세계 190개국에 이른다.

윌머헤일의 조사 보고서는 김용 총재실 관계자들이 중국에 대한 평가를 높이려고 평가 방법론을 바꾸도록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또 게오르기에바 최고경영자와 그의 핵심 측근인 시메온 디안코프가 중국 관련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수정해 중국의 순위를 높이려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세계은행이 대규모 자본 확충을 위해 중국의 지원을 얻으려던 때였다.

2018년판 보고서는 중국의 순위를 세계 78위로 발표했으나, 평가 방법론을 바꾸기 이전의 보고서 초안에서는 85위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용과 디안코프는 <로이터>의 문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게오르기에바는 “(보고서의) 내용과 이에 대한 해석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계인 김용 전 총재는 미국 다트머스대학 총장 시절이던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세계은행 총재가 됐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1월에 두번째 임기를 3년 이상 남기고 사임했으며, 불가리아 출신인 게오르기에바 당시 최고경영자가 총재 대행을 맡았다. 게오르기에바는 그 해 10월 국제통화기금 총재로 자리를 옮겼다.

보고서는 “김 총재가 중국 자료를 부당하게 수정하라고 직접 지시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국 고위 관계자들이 보고서의 순위와 관련해 김 총재 등에게 여러차례 우려를 표명했다며, 김 총재는 조사를 위한 면담에서 “핵심 이해 당사자들의 기대와 목표의 격차를 다루느라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윌머헤일의 조사 보고서는 2020년판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제르바이잔 관련 자료 처리에 부정이 있었다고 봤으나, 이 일에 고위층이 개입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순위는 한해 전 92위에서 62위로 크게 올랐다.

보고서는 기업 경영 환경 평가 담당자들이 세계은행 고위층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드는 ‘유해 환경’과 ‘보복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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