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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갈피 못 잡는 키움, '성적'이 먼저가 아니라 '팬심'이 먼저다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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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안우진-한현희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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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우려했던 한현희과 안우진의 복귀를 선언하면서 큰 파장을 예고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달 10일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한현희, 안우진을 적어도 시즌 내에 기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그는 "화가 나는 단계를 넘어서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팀과 리그에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한현희와 안우진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체 징계가 끝나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불과 37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홍 감독은 16일 고척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 앞서"한현희와 안우진이 징계 후 선수단에 합류할 계획이다. 앞서 이들의 진실한 반성이 있어도 올 시즌 내 구상에 없다고 했었는데, 입장을 번복하게 돼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우진은 오는 23일 고척 NC전을 통해 복귀가 가능하고, 한현희도 10월부터는 출전이 가능하다.

다만 홍 감독은 "아직 정확한 복귀 시점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징계가 끝나자마자 복귀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안우진은 이미 연습경기 등판을 통해 복귀 준비를 마쳤다.

이날 강화SSG퓨처스필드 열린 SSG 2군과 연습경기에 등판한 안우진은 4이닝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투구 수는 44구를 기록한 가운데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7km를 찍었다.

키움은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운드 사정이 나빠지자 한현희, 안우진의 복귀를 결정했다. 두 선수의 복귀는 당장의 성적을 챙기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현재 3연패 중인 키움은 16일 기준 시즌 56승2무53패를 기록하며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선두 kt wiz와 10경기 차가 나고, 2위 LG 트윈스와 4.5경기 차가 난다. 3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4경기 차, 4위 NC 다이노스와는 승차가 없다. 그 밑으로 추격 중인 6위 SSG와 1.5경기 차, 7위 두산 베어스와 2경기 차로 맞물려 있다.

키움은 이날 한화전을 포함해 33경기를 남겨뒀다. 물론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이 시기에 한현희와 안우진이 가세한다면 전력의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두 선수의 복귀를 두고 홍 감독은 "지금 당장의 성적을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모든 직원들까지 다들 맡은 바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이 고비를 넘기려고 한다. 힘겨워 하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타개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팀 성적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을)부인하지는 않겠다"고 말해 적잖은 충격을 줬다.

홍 감독은 새빨간 거짓말쟁이로 전락했다. 자신이 한 말을 책임지지도 못했을뿐더러 신뢰마저 저버렸다. 뭐든지 한 번이 어렵지 두, 세 번은 쉽다고 했다. 홍 감독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견수 이정후의 복귀 때도 그랬고,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익의 포지션을 두고도 말 바꾸기를 시전한 바 있다.

한현희, 안우진의 복귀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팬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두 선수는 팀 뿐만 아니라 리그 자체를 뒤흔들었다.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후반기 '잇몸 야구'로 잘 버텨왔던 키움이었다. 그래서 이번 결정이 아쉽기만 하다.

키움의 현재 최우선 목표는 성적이 아니라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는 게 먼저다. 당장 성적이 잘 나오면 떠난 팬들의 마음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나. 진정으로 팬들을 먼저 생각한다면 무엇이 먼저인지 깨닫기 바란다.

다음은 홍원기 감독의 취임 당시 전한 말이다.

"누구 하나 빠졌다고 약해지거나, 유명한 외국인 선수가 와서 전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강하면 더 강하게 준비해야 하고 부족한 것은 대체하고 준비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다. 키움은 매년 많은 선수들이 이적하는 등 보강보다 유출이 많은 팀이었다. 공백에 대한 걱정보다는 새로운 선수에 대한 희망이 더 많아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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