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SW의눈]홍원기 감독의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결론이다.

지난 16일 프로야구 키움이 또 이슈의 중심에 섰다. 7월 초 수원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서울 한 호텔서 술자리를 하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해 징계를 내렸던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을 복귀시키겠다고 전했다. 앞서 구단 자체 징계를 발표한 뒤 홍원기 감독은 “당장 구상에 없다”며 둘을 후반기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했으나 마음을 바꿨다. 두 명 모두 징계를 다 마치면 팀 전력에 합류시킨다는 구체적인 방침까지 설명했다.

돌아보면 홍 감독은 ‘아차’ 싶었나 보다. 징계 당시만 해도 선발진에 큰 구멍이 나면서 가을야구가 멀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가을야구 티켓이 아직 보인다. 감독 부임 첫해, 시작부터 앞에 놓인 기회를 놓치기엔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일찌감치 두 명의 복귀 가능성을 파악했다. SSG와 연습경기에 등판한 게 같은 맥락이다. 같은 일을 저지른 타 팀 선수들이 앞서 복귀했으니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홍 감독의 판단이 아이러니하다. 징계 후 자신이 직접 덧붙인 설명을 번복한 만큼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이번 선택에 내포돼있다. ‘거짓말쟁이’ 꼬리표를 달게 되는 일도 감내하겠다는 의미다. 당장 활용 가능한 전력인 만큼 성적향상 기대요소이기 때문이다. 반면 구단이 내세운 ‘이미지 쇄신’과 자기반성, 이달 초 진행한 윤리강령선포식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됐다. 고민 끝에 내렸다던 강경한 선택이 결국 허울뿐인 외침으로 회귀했다.

이번 선택으로 안우진과 한현희는 야구로 보답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둘은 이번 방역지침 위반 건 이전에도 야구팬들 사이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키움이 지난 몇 년간 거대한 태풍을 몰고 온 탓, 그리고 어린 시절 저질렀던 일들 때문이다. 몇 차례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도 실력만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전 국민이 동참하고 있는 방역지침을 어겨 자숙하던 중에 공을 잡게 됐다. 한 달 전의 다짐과 공약들이 우습게만 보이는 모양새다.

물론 한순간의 일탈로 20세 선수의 인생에 선을 긋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다만 홍 감독은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로 정리되는 판을 만들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그 판에 섰다. 변하려던 키움은 다시 뒤로 간다.

사진=뉴시

전영민 기자 ymin@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