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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육군, 성폭행 사건 감독할 독립 조직 창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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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육군장관, “행동할 용기 가져야” 주문

‘성범죄 수사·기소 시 지휘관 배제’ 입법 노력

세계일보

크리스틴 워머스 미국 육군장관(오른쪽 2번째)이 제임스 맥콘빌 육군참모총장(맨 오른쪽), 마이클 그린스턴 육군 주임원사(맨 왼쪽) 등 육군 지휘부와 대화하고 있다. 미 육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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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이 군인들, 특히 여군을 성희롱과 성폭행으로부터 더 잘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사건 처리 전반을 감독할 새로운 독립 기구를 창설키로 했다. 창군 이래 첫 여성 육군장관인 크리스틴 워머스 장관의 취임 후 미 육군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16일 성범죄 대응을 주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워머스 장관은 “우리는 육군 가족을 마치 우리 가족처럼 돌봐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며 육군에 이를 전담할 별도 사무실을 둘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군부대 지휘관들이 성폭행 사건을 기소하는 책임을 맡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부서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다만 해당 사무실이 세부적으로 어떤 기구로 조직되고 인원은 얼마나 되는지, 또 기능과 권한은 정확히 어떤지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토론회에는 워머스 장관의 상관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참석했다. 오스틴 장관은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을 받아왔다”며 “단 한 건의 성폭행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대에서 성폭행 건수는 여전히 너무나 많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미 육군은 지난해 텍사스주(州) 포트후드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성폭행 및 살인 사건 이후 장관과 참모총장부터 일선 장병까지 개선책 마련에 힘을 모으고 있다. 포트후드에서 복무하던 여군 바네사 기옌 일병은 상관한테 성폭행을 당한 뒤 이를 부대 윗선에 알리려 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동료 장병들이 무관심한 가운데 가해자로부터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서운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옌이 안절부절하는 사이 시간만 흘렀고 그러던 어느 날 기옌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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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육군기지에서 복무하던 중 상사한테 성폭행에 이어 살해까지 당한 바네사 기옌 상병을 그린 벽화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헌병이 수사에 나서고 얼마 안 돼 기옌은 부대 밖에서 끔찍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기옌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폭행 가해자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사회에서 공분이 일자 육군은 기옌에게 일병에서 상병으로의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책임이 있는 지휘관 등을 문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육군장관을 발탁한 것 역시 이 사태 파문을 수습하고 재발 방치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에서였다.

워머스 장관은 “부대 안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이 일어났을 때 효과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행동을 취할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 역시 군대 내 성범죄와 관련해 지휘관을 수사 및 기소 결정 라인에서 배제하는 개혁안에 강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군 지휘체계에서 성폭행 등 범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지휘관을 제외하기 위한 입법을 하고자 의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군인들을 원치 않는 괴롭힘과 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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