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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홍원기의 말바꾸기, ‘C급구단 한계’ 인증한 히어로즈 [MK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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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말을 뒤집었다. 키움이 프로야구판의 ‘C급구단’이라는 걸 인증하는 ‘말 바꾸기’였다.

홍 감독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1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앞서 “한현희, 안우진은 징계가 끝나면 선수단에 합류시키려고 한다”며 “두 선수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올 시즌 뛰게 할 생각이 없다고 내가 직접 얘기했었기 때문에 이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달 10일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한현희, 안우진을 적어도 올 시즌에는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그는 “팀과 리그에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체 징계가 끝나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매일경제

2021년 마운드에서 못볼 것이라는 예상을 깨뜨린 키움 안우진이 웃고 있다. 안우진은 이르면 23일 고척스카이돔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홍원기 감독은 한 달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감독으로서 줏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불과 한 달 여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 7월초 수원 원정 기간 중 숙소를 이탈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술파티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들이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했다. 호텔 소재지인 서울 강남구청은 방역에 혼란을 유발하는 허위진술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들은 피의자 신분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KBO)는 일단 품위손상 규정에 근거해 두 선수에게 36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키움 자체적으로는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1000만 원, 안우진에 벌금 5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홍 감독은 올 시즌 중에는 이들을 쓰지 않겠다며 단호함을 내비쳤다. 감독으로서는 어려운 결단이었다. 다만 이는 창단 후 숱한 사건·사고를 쳐 온 키움으로서는 고육지책이나 마찬가지였다. 키움은 프로야구의 음지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재정난에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하기도 했고, 이에 대한 뒷돈을 받아 챙겼다. 대주주는 횡령과 배임으로 감옥살이를 했다. 구단 운영비를 자기 호주머니 돈처럼 펑펑 써댔다. 최근에는 외부에서 온 이사회 의장이 선수와 야구놀이를 하고, 3위라는 성적을 내고 있는 감독을 내쫓는 등 갑질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B급구단 이미지였던 키움은 ‘C급구단’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신세다. 최근 들어 키움은 ‘어둠이 이미지’를 벗기 위해 쇄신책들을 내놓고 있었다. 한현희와 안우진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C급구단’의 한계를 드러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이었다. 홍 감독은 “사건 당시 감정적으로 격앙돼 두 선수를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수단 합류를 불허하는 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궁색한 변명이다.

이미 홍 감독은 최근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말쟁이를 자처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는 한현희와 안우진을 복귀시키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주워 담지 못하니, 말 바꾸기로 방향을 바꿨는데, 한마디로 꼼수였다. 집에서 자숙하고 있다던 안우진은 이날 SSG랜더스와 연습경기에 등판해 최고 157km짜리 공을 던졌다. 이미 복귀에 대한 철저한 준비, 홍 감독과의 교감이 있었다는 증거다.

홍 감독은 “이번 결정의 꾸지람은 겸허히 받겠다. 앞으로 감독으로서의 언행에 더욱 주의하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 말조차 이젠 전적으로 믿을 수 없게 됐다. 거짓말쟁이가 내뱉는 말에 신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미안하다”라는 말로 이번 사태를 덮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감독의 말은 무거워야 한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의 말은 새털같이 가볍다. 그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감독 자격이 없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팬들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야구팬은 “아무리 사정이 있다지만, 양아치는 되지 말아야 한다”라며 혀를 찼다.

물론 따지고 보면, ‘C급구단’다운 결정일지 모른다. 그래도 홍 감독이나 키움 구단은 양치기 소년의 말로가 어땠는지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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