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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北 탄도미사일, 최초로 열차에서 쐈다… 기습 발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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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 미사일 싣고 다니며 터널 안 숨어있다 쏠 수 있어

도로 중심 韓·美 감시체계 전면적 수정·보완 필요해져

조선일보

북한이 지난 15일 열차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상공으로 올라가고 있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 매체는 “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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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5일 동해상으로 쏜 탄도미사일 2발은 열차에서 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도 창설한 것으로 나타나 도로 중심으로 북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기존 한·미 미사일 감시·타격 체계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는 15일 새벽 중부산악 지대로 기동해 800㎞ 계선의 표적 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철도미사일 체계 운영 규범과 행동 순차에 따라 신속 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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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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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기동 미사일연대는 올해 조직된 것으로 북한이 이 부대의 훈련을 공개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이날 그동안 여러 차례 시험 발사했던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되면서 화염과 연기가 열차와 그 주위를 휩싸는 모습의 사진들도 공개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철도기동 미사일 체계는 평상시 열차 격납고에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정차한 뒤 미사일을 쏘는 형태다. 4량의 기차로 이뤄졌는데, 열차 칸에 탄도미사일이 탑재된 발사대가 가로로 눕혀져 있다가 발사 장소에서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워 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바퀴 또는 무한궤도(캐터필러)를 사용하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개발해 운용해왔다.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바퀴가 18개, 지난해 10월 열병식에 첫 등장한 ‘괴물 ICBM’(가칭 화성-16형)의 경우 바퀴가 22개나 달린 대형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있다. 도로 사정이 열악한 북한 실정을 감안하면 이들 ICBM이 움직일 수 있는 도로는 한정돼 있다.

반면 북한 전역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철도망을 활용하면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훨씬 폭넓게 운용할 수 있다. 열차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쏘거나, 수많은 터널에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쏠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중엔 터널 입구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도 있었다. 여객용 열차로 위장하면 유사시 한·미 양국군이 탐지하기도, 타격하기도 어렵다. 이날 미사일 발사를 지도한 박정천 당 비서도 “철도기동 미사일 체계는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 임무 수행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위협 세력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타격 수단”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KN-23 같은 단거리 미사일 외에 중거리 미사일과 ICBM도 열차에 실어 발사하는 시스템을 개발·배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CNN은 2017년 우크라이나 당국이 2011년에 미사일 기술을 훔치려던 북한 공작원들을 검거했는데 이들이 확보하려던 정보 중에는 열차에서 발사할 수 있는 RT-23 미사일 관련 정보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RT-23은 구소련 및 러시아가 배치했던 열차 이동식 고체연료 ICBM이다. 미 자유아시아방송은 2016년 북한이 원산에 있는 차량 종합기업소에서 RT-23과 비슷한 열차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따라 기존 도로 중심으로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움직임을 감시해온 한·미 감시·타격 체계의 전면적인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한·미 미사일 방어망의 요격을 회피하는 KN-23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신종 무기 3종 세트에 이어 사거리 1500㎞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미사일까지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며 “한·미 대응체계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 드는 북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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