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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케이큐브, 카카오주식 담보로 금융투자업… 금산분리 위반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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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의장 개인회사인 케이큐브… 2015년부터 빌려 2000억 활용

주식-파생-사모상품 등에 투자, 수익 96%가 배당금 등 금융수익

2019년 ‘비금융업’으로 등록 후 카카오 의결권 행사… 위법 여지

동아일보

어지럽다… 카카오 골목상권침해, 금산분리 위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카카오의 판교오피스(경남 성남시 판교역로) 건물 앞 모습. 성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카카오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이하 케이큐브)가 카카오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규모가 19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큐브는 이런 식으로 ‘투자 실탄’을 확보해 영어·음악학원, 부동산 관리업체 등을 인수하고 카카오게임즈 등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본격적으로 금융투자사업을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가 사실상 금융회사로서 비금융회사인 카카오에 의결권을 행사해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케이큐브는 ‘금산분리’ 위반 논란 속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나섰지만 당국은 문제의 본질인 금융업을 버려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케이큐브, 작년 카카오 등에서 배당 수익만 88억4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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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카카오 및 케이큐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케이큐브는 2015년 비상장사였던 카카오 지분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2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다음 연도 말 대출 잔액은 800억 원으로 불어났고, 카카오가 상장한 2017년 말 대출 잔액은 무려 2129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출 잔액은 1950억 원으로 유지됐다.

케이큐브는 이렇게 주식 담보대출로 확보한 유동성으로 금융투자 사업을 키웠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등 13개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며 배당금 이익을 얻었다. 이 회사가 작년에 거둔 배당 이익만 88억4000만 원이다.

이 외에 파생상품 투자에 16억7000만 원, 사모투자에 365억9000만 원, 사모사채에 154억 원 등을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테슬라,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화이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14억6400만 원 규모의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며 3억 원 이상의 평가이익까지 거뒀다.

케이큐브가 2019년과 2020년 2년간 거둔 수익은 274억 원으로, 이 가운데 비금융 관련 수익은 11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수익의 95% 이상이 금융 투자로 발생한 셈이다.

○ 담보 대출로 주식시장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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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금융투자회사의 외형을 갖춘 케이큐브가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걸 금지하는 규정이다. 금융회사가 총수의 사금고로 악용되는 문제를 막고 비금융회사의 리스크가 금융사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가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등록된 2019년 케이큐브는 경영컨설팅 등 ‘비금융업’으로 신고했다. 지난해 금융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사는 지분을 가진 비금융사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 케이큐브가 금융사로 규정되면 비금융사인 카카오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위법인 셈이다. 2019년 이후 28건의 의결권 행사가 위법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당국의 규제 강화로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면서 케이큐브의 카카오주식담보대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가가 급락하면 증권사들이 담보 가치 하락에 대비해 해당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가가 더 하락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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