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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양념장의 또 다른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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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보기만 해도 얼큰한 해물탕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바지락, 꽃게, 새우, 가리비, 전복 등등, 바로 내가 해산물 대표라 자랑이라도 하듯 커다란 냄비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마늘, 생강에 주인장의 특별한 비법 몇 가지가 더해져 만들어졌을 양념장 때문인지 요리는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경향신문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모든 요리가 그러하듯 탕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 또한 우선은 신선한 식재료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양념도 빼놓을 수 없죠. 양념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고 때로는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주인장만의 맛깔난 솜씨는 대부분 여기서 결정됩니다.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해물탕이 맛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재료에 열이 가해지면 맛이 더 좋아지는데, 식재료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열에 의해 분해되면서 소화흡수가 잘되는 상태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몸에도 유익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이러한 것들을 맛있다라고 인식합니다. 게다가 가열된 요리에서는 다양한 화학반응들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맛성분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처럼 뜨거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탕이든 찌개든 팔팔 끓여야 제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먹는 순간까지도 뜨거움은 포기할 수 없기에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식탁 위에서도 가열은 계속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물의 끓는점은 100도입니다. 그 이상이 되면 물이 수증기가 되면서 열을 빼앗아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물은 100도 이상이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죠. 그래서 물을 사용하는 습식 요리는 더 높은 온도에서 진행되는 굽거나 튀기는 요리에 비해 풍미가 다소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여러 양념들을 가미하는 조리법이 개발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런데 탕요리에 양념을 넣는 방법은 다른 조리법에 비해 다소 약할 수 있는 풍미를 보완하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양념이 들어가 걸쭉한 상태가 되면 탕요리의 끓는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러면 요리는 더 부드러워지고 맛성분들도 더 많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현상을 과학자들은 끓는점 오름이라 부릅니다. 순수한 상태의 물에 다른 물질이 녹거나 분산되어 있으면 끓는점이 10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물이 끓는 것은 물분자들이 대기압을 이겨내고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확산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만약 물분자들의 운동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으면 이러한 과정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수증기가 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결과 순수한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집니다. 탕요리의 물 또한 순수한 상태가 아니라 양념이 진하게 풀려 있습니다. 그래서 끓는점이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뜨거워졌다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뜨겁다는 감각 때문에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맛을 느끼는 데 한계가 있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념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트륨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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