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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맑고 푸른 대한민국] 기후 위기 대응 '탄소중립·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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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지구 온난화 대비 안간힘

중앙일보

5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특별세션’에 전국 지자체 등이 온ㆍ오프라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2050 탄소중립 선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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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지구촌 곳곳을 화마(火魔)가 덮쳤다. 그리스와 터키, 미국, 러시아 시베리아 등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랐다. 터키에선 남부에서 시작된 산불이 확산하면서 10만ha(헥타르) 이상의 숲이 잿더미가 됐다. 그리스도 비슷한 면적의 삼림, 농경지가 불에 타버렸다. 시베리아 산불 연기는 수천km를 이동해 북극에서 포착됐다. 이들 화재엔 이상 고온이 영향을 미쳤다. 터키와 그리스에선 7~8월 5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나타났다.

반면 7월 독일·벨기에 등에선 역대급 집중호우가 홍수로 이어졌다. 200명 안팎이 숨지는 대규모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독일 기상청에선 “1000년만의 폭우”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올 들어 중국의 폭우, 미국 내 가뭄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줄줄이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런 재앙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기후 변화에 따른 기후 위기의 일상화다.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의 기온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향후 20년 이내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8월 승인한 보고서 내용이다. 국제 사회가 지구 온난화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목표치가 곧 깨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탄소중립’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개인·기업 등이 배출한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서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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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그리스 에비아 섬에서 소방관이 산불을 진압하려 물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선제적으로 법률에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했다. 유럽연합(EU)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유럽기후법에 못 박은 게 대표적이다.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등도 탄소중립 목표 기한을 법제화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8월 국회를 통과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와 함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 줄이는 게 골자다. 정부는 10월까지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2030 NDC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을 법으로 명시한 14번째 국가가 되면서 기업, 개인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은 법적 논의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역, 기업 경영 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적인 예가 7월 EU에서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이른바 ‘탄소국경세’다. 이 제도가 2026년 본격 시행되면 유럽으로 수출하는 전기·철강 등의 제품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비용이 매겨진다. 관련 산업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 정책을 꾸준히 강화한다는 목표다. 환경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기금안을 합쳐 11조79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탄소중립에 투입하는 예산액은 약 5조원 규모다. 정부 전체 탄소중립 예산안(12조원)의 40% 이상이다.

여기엔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공공 부문 온실가스 감축, 탄소흡수원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김영훈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은 “2050 탄소중립은 도전적 과제이지만 꼭 가야 할 길”이라면서 “탄소중립 이행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데 재정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로선 탄소중립을 보는 엇갈린 시선을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기업들은 다가올 환경 규제 강화, 추가 비용 부담 등을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8월에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설정돼야 한다.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갖고 더 강력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는 탄소중립기본법 통과 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최소 50% 이상으로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와 실효성 있는 실행계획 수립을 앞장서서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훈 기자〈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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