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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막 오른 '진짜 민간 우주관광' 시대… 스페이스X "우주정거장보다 더 높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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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자 4인, 전문 비행사 아닌 민간인
고도 575㎞서 시속 2만7,359㎞ 비행
"민간 우주여행 패러다임 바꿨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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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위치한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미국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실은 발사체 팰컨9이 불을 뿜으며 우주로 향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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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류 우주 운송’의 르네상스다.”

15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발사에 대한 필 매캘리스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상업우주비행 부문장의 평가다. 우주 비행 역사를 새로 쓴 일대 사건이라는 의미다.

진정한 민간 상업 우주관광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스페이스X는 인류 사상 처음으로 ‘탑승자 전원 민간인’인 비행체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7월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에 이은 세 번째 민간 우주 여행이지만, 앞선 두 사례는 미지의 세계를 잠시 체험하는 ‘맛보기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흘간 우주공간에서 머물며 일상을 보내는 ‘진짜 관광’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1972년 달 탐사 프로그램 종료 이후, 역대 유인 우주선 중 가장 먼 곳을 향했다는 기록은 덤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은 이날 오후 8시 2분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날아올랐다. 발사 2분 51초 뒤에는 초기 추진력을 제공하는 로켓 주엔진이 분리됐고, 12분 20초 후에는 탑승자를 태운 캡슐이 분리돼 본격 궤도 비행에 진입했다.

탑승자는 ‘진짜 민간인’ 4명. 미국 신용카드 결제처리업체 ‘시프트4 페이먼트’ 창업자 재러드 아이잭먼(38)과 골수암 환자였던 헤일리 아르세노(29) 세인트주드 아동연구병원 전문 간호사, 시안 프록터(51) 애리조나전문대 지질학 강사, 크리스 셈브로스키(41) 록히드마틴 데이터 기술자가 그 주인공이다. 정부 기관에서 훈련받은 전문 우주비행사나 우주 탐사기업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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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의 스페이스X 우주선 '크루드래건'에서 민간인 탑승객 4명이 우주복을 갖춰 입고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 셈브로스키, 시안 프록터, 재러드 아이잭먼, 헤일리 아르세노. 케이프커내버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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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4명은 올 3월부터 6개월간 우주 적응 훈련을 받은 게 전부다. 별다른 우주 경험이나 지식도 없다. 그런데도 탑승자로 선정된 이유는 이번 발사 목적이 ‘관광’이기 때문이다. 우주선을 직접 조종할 필요도 없다. 지상의 전문가들이 원격으로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이 아니라, 순수 관광이 목적인 까닭에 우주선에는 통상 장착되는 ‘도킹 해치’ 대신 특수 전망 돔이 설치되기도 했다.

인류의 우주 관광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11일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같은 달 20일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각각 본인 소유의 우주기업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 우주 관광과는 ‘급’에서 차이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브랜슨과 베이조스의 우주 여행에는 모두 전문 우주비행사가 동행했다. 또 우주 경계로 날아가 중력이 거의 없는 ‘극미 중력(microgravity)’ 상태를 3~4분 정도 경험한 저궤도 비행에 그쳤다. 브랜슨은 고도 86㎞까지, 베이조스는 공식 우주 경계선인 ‘카르만 라인(100㎞)’까지 각각 솟구친 뒤 곧장 지구로 귀환했다. 일각에서 “우주를 잠시 경험한, 억만장자들의 유희 수준”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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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사흘간 우주관광 도전.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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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크루드래건은 이들보다 5배 이상 높은 고도 575㎞까지 올라갔다. ISS보다도 160㎞나 더 높다. 이후 음속의 22배인 시속 2만7,359㎞로 사흘간 지구 주위를 도는 여행을 한다. 약 1시간 3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셈이다. 그리고 19일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에 착수(着水)하는 방식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이번 비행이 민간 우주여행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욕타임스는 “본격적으로 우주를 여행할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AP통신은 “민간기업에 의한 우주 관광의 큰 진전”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독점하던 우주 탐사 분야 역사에 종지부가 찍혔다”(워싱턴포스트)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멀다. 최대 걸림돌은 비용이다. 이번 우주 관광 ‘티켓값’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이잭먼이 4인 비용으로 2억 달러(약 2,300억 원)를 냈다”는 말이 나왔다. 버진갤럭틱의 우주 관광 티켓 가격도 25만 달러(약 2억9,000만 원) 수준이다. 평범한 일반인으로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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