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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재형 캠프 해체 원인은 상속세 폐지 공약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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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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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산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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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6일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을 발표했다. “일자리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라고 주장하는 등 경제·노동관에서 강경 우파적인 색채를 보여온 최 전 원장이 초강수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캠프 해체에 이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정책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이 “부자 감세 공약이라고 여길 수 있다” 등 다수의 반대 의견에도 이 공약을 밀어붙이면서 결국 캠프 해체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 14일 캠프 해체 선언 이후 첫 공약 발표다.

최 전 원장은 “자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정상적인 일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 계속 운영되고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을 단지 대를 물려 경영한다는 이유로 그 지배력을 절반 이상 가져가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며 “특정 세금이 중산층 국민에게까지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기업의 성장과 영속 자체를 막아선다면, 그 세금은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라며 “우리가 복지천국이라 부르는 북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상속세가 없고, 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캐나다, 스웨덴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상속세의 세수는 2020년 기준 4조2294억 원, 전체 세수의 1% 수준”이라며 “상속받은 재산이 현금, 예금이라면 소득세로 과세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면 처분하거나 이전할 때 과세하면 된다.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을 재설계하여 상속세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전 원장은 14일 “기성정치인들에게 많이 의존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면서 캠프 해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에 대한 최 전 원장과 기존 참모진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참모들은 “국민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 공약이라고 여길 수 있다”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약 발표를 반대했지만 최 전 원장은 외부 자문그룹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공약 발표를 결정했다고 한다. 상속세 폐지 공약을 총괄한 심동섭 경제특보(한국전자무역상거래진흥원 이사장)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기존 참모진은 정무적 측면에서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후보 본인은 필요성을 느꼈다”며 “저희는 이중·삼중과세라는 측면에서 상속세 폐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후보와 협의해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해서도 참모진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서 많은 참모들이 캠프를 떠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 캠프는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이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한 선관위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캠프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한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박대출 전략총괄본부장이 (선관위 회의에서) 피켓까지 들면서 강경하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냐”며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니 기존 참모진보다는 외부 자문그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캠프에는 회계팀·총무팀 정도만 남았다.

최 전 원장의 캠프 해체 선언 이후 캠프를 떠난 김영우 전 상황실장도 이날 SNS에 “저는 최 후보님께 좌도 우도 생각지 마시고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행보에 치중하시라고 마지막 조언을 드렸다”며 “상속세 폐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신다해서 제가 제동도 걸었다. 캠프에서 단 한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였다”라고 썼다. 김 전 실장은 “최재형다움의 실체가 진짜로 무엇인지, 있다면 그게 실제로 주변의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침해되어 가고 있는지…”라고도 적었다.

최 전 원장은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실장이 지적했듯 이번 공약이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된 점을 인정했다. 최 전 원장은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은)캠프 내에서 반대 의견이 참 많았다. 캠프 내에서는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많았는데, 용기 내서라도 이 문제를 꺼내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공약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참모진과 외부 자문그룹의 갈등 등 캠프 해체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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