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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치매 간병의 비극… 80대 노인, 아내 살해 후 극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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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부, 지난 13일 송파구 자택서 숨진 채 발견돼

2018년부터 3년간 간병 끝에 극단 선택…‘공소건 없음’ 종결

치매 환자 83만명으로 유병률 7.2%…간병범죄 공식 통계 없어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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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이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살해한 뒤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국내에서도 ‘간병살인’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간병가정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및 현황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3시 30분쯤 오금동 한 빌라에서 A(80)씨와 부인 B(78)씨가 숨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찾아온 딸이 시신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부인 B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내가 데리고 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씨는 B씨가 2018년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 3년간 보살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증상이 악화되자 A씨는 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상담과 교육을 받았다. A씨는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의 증세가 올해 들어 급격히 나빠지자, A씨는 지난 5월부터는 아예 센터를 찾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센터는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관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부인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A씨처럼 가족이 노인을 간병 또는 수발하다가 살해하는 경우를 ‘간병살인’이라고 부른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매 환자 수 추정치는 83만587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유병률 또한 7.2%에 달한다.

2019년 발표된 ‘노인 간병범죄 원인분석과 대책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박숙완 박사는 간병범죄의 원인에 대해 간병인의 수면부족과 만성피로, 우울, 체력 소진 등 신체적 문제 등을 꼽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간병 비용과 이에 따른 경제적인 여건 악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2005년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간병 스트레스’에 따른 범죄를 별도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6년부터 관련 사례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2006~2015년까지 247건, 피해자는 250명에 달했다.

아직 국내엔 공식적인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연간 10건 이상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올해 1월엔 전북 익산시에서 50대 딸 C씨가 함께 거주하는 80대 어머니와 말다툼 끝에 살해했다가 체포됐다. C씨의 어머니는 오랜 기간 치매를 앓아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에도 대구에서 50대 아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경찰에 붙잡힌 사례가 있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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