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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황하문명이 낳은 보물…중국 고대 청동기 67점을 만나다(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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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11월 14일까지 상하이박물관 유물 특별전

연합뉴스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언론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해외 문화재 특별전시로, 세계적인 청동기 소장 기관인 중국 상하이박물관의 명품 67점을 소개한다. 2021.9.16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몸통에는 뿔 달린 동물이 몸을 만 채 대칭을 이루고, 바닥에는 소용돌이가 가득하다. 손잡이에도 동물무늬가 선명하다.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문양이 돋보이는 중국 고대 청동기다.

한눈에 봐도 정성과 공력이 느껴지는 이 그릇은 약 3천 년 전쯤 제작됐다. 높이가 14.7㎝로, 곡식을 담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청동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고고학에서 선사시대 발전 과정을 논할 때 석기시대 다음은 청동기시대이다. 인류가 구리 합금인 청동으로 물건을 생산해 사용하면서 문명을 꽃피운 시기다.

중국에서는 수천 년 전 황허(黃河·황하)를 중심으로 수많은 청동기가 제작됐다. 엄청나게 크게 만들거나 표면에 상징 요소와 문양을 빼곡하게 새기기도 했다. 규모나 디자인이 유별나 마주하는 순간 감탄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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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문명의 보물, 고대 청동기 특별전시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언론설명회의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1.9.16 mjkang@yna.co.kr



세계적 청동기 소장 기관으로 유명한 중국 상하이박물관의 명품 67점이 서울을 찾아왔다. '황하문명이 낳은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청동기 유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16일 개막한 특별전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를 통해 공개됐다.

전시품을 제공한 상하이박물관은 중국에서 3대 청동기 박물관으로 꼽히며, 외관도 청동 세발솥을 연상시킨다. 1950년대 중국이 쇠붙이 모으기 운동을 할 때 많은 청동기를 수집했다고 알려졌으며, 현재 청동기 6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 나온 중국 청동기는 중국 최고(最古) 왕조라고 하는 하(夏)부터 은(殷)이라고도 알려진 상(商), 주(周), 한(漢)까지 2천 년 넘게 이어진 고대 국가들이 제작한 물품이다.

오세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날 설명회에서 "1928년 중국 허난성 은허(殷墟) 유적에서 3천300년 전의 청동기가 대규모로 발굴됐다"며 "상나라 후기에 만든 875㎏짜리 거대한 청동 솥이 출토돼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상나라의 실체가 드러났고 황하문명도 세계에 알려졌다"고 말했다.

오 연구사는 "이어진 발굴조사로 4천여 년 전 하나라 때부터 청동기가 본격적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중국 청동기의 전성기는 기원전 11세기 무렵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대 중국인들이 청동기를 공들여 만든 이유는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사용한 제기(祭器)였기 때문이다. 무서운 괴수 같은 얼굴을 조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후 청동기는 왕과 제후 같은 권력자가 위세를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예컨대 천자가 세발솥 9개를 쓴다면, 제후와 경대부(卿大夫·높은 관직에 있는 벼슬아치)는 각각 7개와 5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 기원전 8세기에 시작된 춘추전국시대에 철기가 개발되자 청동기는 일상 용기가 됐다.

즉 중국에서 청동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신의 그릇에서 인간의 도구로 변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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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언론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21.9.16 mjkang@yna.co.kr



전시는 청동기가 중국에서 어떻게 탄생했고 바뀌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명한다.

먼저 하나라 시기의 초기 청동기를 선보이면서 제작 방법을 설명한다. 이어 상나라 시기 국가적 제례에 사용한 다채로운 청동기, 주나라 시기에 제도화된 청동 그릇, 춘추전국시대에 변화를 겪은 청동기를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유물은 올빼미 두 마리가 등을 맞대고 있는 모양의 손잡이 술통과 내부에 글자 72자를 새긴 세발솥이다. 이 세발솥은 소극정(小克鼎)이라고 하는데, 본래 7점이 한 세트였으나 중국과 일본 각지의 박물관이 1점씩 보유하고 있다.

오 연구사는 한국과 중국 청동기의 차이에 대해 "한국 청동기는 중원이 아닌 북방 영향을 받았고, 기원전 3∼4세기에 동검 형태로 많이 만들어졌다"며 "중국은 황허 주변에 청동을 만들 재료가 풍부하고 땅이 비옥해 청동 제기가 발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청동기가 어려운 문화재라는 점을 고려해 청소년과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증강현실(AR)로 과거 청동기 사용 방법을 소개하고, 은허 유적 발굴과 의미를 만화로 제작했다. 사물이 상형문자로 바뀌는 영상, 스마트폰으로 청동 악기를 연주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전시는 1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무료이며,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도록에는 서울에 오지 않았지만, 두 박물관이 처음 기획했을 때 전시하려고 한 유물을 포함해 청동기 122건의 사진과 정보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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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문화재 특별전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중국 고대 청동기, 신에서 인간으로' 언론설명회의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1.9.16 mjkang@yna.co.kr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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