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버티고 뭉개고…여야 ‘투기의혹’ 의원 탈당 0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6월 9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적어도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6월 11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결과와 관련해 탈당과 제명 등 강도 높은 조치를 공언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약속이 공염불로 끝나는 모양새다. 지도부의 탈당 권유에도 해당 의원들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고, 당 지도부도 실제 징계를 미루면서 사실상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약속을 지키는 책임 정치가 실종되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野, 윤리위 구성 미루며 징계 흐지부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달 24일 권익위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 중 강기윤 이주환 이철규 정찬민 최춘식 의원에 대해 탈당 요구,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에게는 제명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이달 16일까지 23일째 당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탈당계를 내지 않은 채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6명(김승수 박대수 배준영 안병길 윤희숙 송석준 의원)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의원들의 소명만 듣고 ‘셀프 면죄부’를 준 상태다. 윤희숙 전 의원만 “스스로 말에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당 윤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탈당을 공식적으로 요구 받은 당원은 열흘 내에 탈당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바로 제명된다. “민주당보다 강한 징계”를 언급했던 이준석 대표는 “현재 공석인 윤리위원장을 맡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민주당도 탈당한 의원이 없는데 우리가 위원장을 선임해 징계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말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실제 징계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16일 딸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으로 탈당을 요구했던 이철규 의원에게 ‘당원 배가 활동’을 이유로 ‘당 대표 표창장’을 수여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국민의힘 당원 배가 우수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당대표 표창장 수여식이 16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준석 대표(가운데)와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與 지역구 탈당자 0명…징계 ‘유야무야’

민주당은 올해 6월 권익위로부터 부동산 투기 의심 사례로 지목된 12명 전원에게 탈당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중 당에서 제명된 비례대표 2명(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을 제외한 10명이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주영 문진석 서영석 윤재갑 임종성 의원 등 5명은 당의 탈당 권고 이후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나머지 5명(김수흥 김한정 김회재 우상호 오영훈 의원)은 탈당을 거부했다. 당 지도부는 “탈당계를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며 이들의 탈당계를 낸 의원들의 탈당 조치도 미뤘다.

그 사이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불기소나 불송치 결정을 받은 의원들이 하나 둘 나오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내건 탈당 권유는 유야무야됐다. 당내에선 “당 지도부가 ‘보여주기식’ 탈당 으름장만 놓고 정작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끈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는 “지역구 의원 10명 중 8명가량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불송치 혹은 불기소 판정을 받았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당의 탈당 권고 조치가 종료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14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불송치 결정을 내린 양이 의원에 대한 복당 절차도 조만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권익위 조사와 별개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의 토지를 매입하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아 검찰에 송치된 김경협 의원에 대해서도 징계 조치는 없는 상태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여야가 자체적으로 권익위 조사를 요청했고, 강한 징계를 공언했다”며 “그럼에도 상황에 따라서 말이 바뀌는 것은 그야말로 책임정치의 실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정치인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 정당 대표들이 스스로 한 말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