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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연된 정의’…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10개월만 불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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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는 정의를 부정한 것(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이란 법언이 있다.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사건 은폐 및 수사 무마 논란 끝에 16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6일 사건이 발생한 지 10개월이 지나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규형 부장검사)는 이날 이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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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인 지난 6월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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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6일 밤 “운전 중인 택시기사 목 움켜잡아”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운전 중인 택시 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전 차관은 또 사건 발생 이틀 뒤인 같은 달 8일 택시 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된 택시 기사에 대해선 기소 유예 결정을 내렸다. 폭행 사건의 직접 피해자인 데다 이 전 차관과 합의한 뒤 요청에 따라 동영상을 지운 점 등을 참작해서다.

이 사건 발생 당시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신분으로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군에 있었다. 경찰은 같은 달 12일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해 내사 종결 처분을 하며 사건을 덮었다.

이 전 차관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피해자가 합의를 하고 처벌을 하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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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전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2월 19일 ‘사건 은폐·봐주기 수사’ 의혹 제기에 재조사



사건은 그대로 묻힐 뻔 했지만 한 달뒤 12월 2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후 같은 달 19일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이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특가법상 운전 중 폭행’인지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이어져 경찰 진상조사와 함께 재수사가 이뤄졌다.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교사 혐의 부분은 경찰에 이첩돼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경찰은 지난 7월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택시기사와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 A 경사도 각각 증거인멸,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과 별개로 이 전 차관의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와 봐주기 의혹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경찰의 송치 이후에도 추가 조사를 벌여 이날 불구속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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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 택기기사 폭행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를 나서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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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경찰관도 불구속기소…檢 “은폐·무마 윗선 개입은 없어”



검찰은 이와 함께 A경사에 대해 특수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A경사는 당시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를 확보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내사 종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내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A씨의 윗선 개입 여부도 수사했지만, 당시 지휘 라인인 형사팀장과 형사과장 및 경찰서장 등은 A경사로부터 해당 동영상의 존재를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들이 A경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증거인멸 경위 및 경찰의 운전자 폭행 사건 내사종결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 등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철저히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선 경찰에 이어 검찰도 이 전 차관이 범행 이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포함해 정부부처 관계자 등 57명과 통화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외압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고 종결했다.

이 전 차관은 지난 5월 28일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6월 3일 사표를 수리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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