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기록한 ‘초단시간 취업자’(15시간 미만 근무)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16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기준 초단시간 취업자는 160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4% 늘었다. 이는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는 물론, 전 기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에만 3월ㆍ5월에 이어 3번째 신기록 갱신이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8월과 비교해선 56.9%나 늘었다.
이런 초단시간 취업자는 ‘질 좋은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유급휴일이 있고 주휴수당을 받는데,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을 그만둘 때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고용주들이 주당 15시간 미만 알바를 선호하는 이유다.
결국 벌이가 충분하지 못한 이들은 여러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이른바 ‘메뚜기 알바’를 뛰게 된다. 추경호 의원은 “초단시간 취업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주당 일하는 시간이 36시간이 안 되는 ‘단기 취업자’까지 고려하면 지난달 고용 서프라이즈가 ‘무늬만 고용 회복’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달 단기 취업자 수는 1052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412만6000명(64.5%) 급증했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는 최대다.
사상 최대 기록한 ‘단기 취업자’ (36시간 미만 근무)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정부는 “8월 고용동향 조사 대상 기간에 광복절의 대체공휴일(8월 16일)이 포함돼 취업시간이 적게 집계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고려해도 과도한 수치다. 반면 정규직 비중이 큰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338만7000명(17.1%) 감소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1만8000명 증가하는 등 겉으로 드러난 수치 대로라면 한국의 일자리 경기는 활황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구직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와 반대로 여전히 부진하다. 단기 일자리 증가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60세 이상이다.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관제 일자리가 많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7만7000명 늘었는데,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의 72.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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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역대 최소
통계상으로는 수입을 목적으로 1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잡힌다. 주 15시간 미만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하든, 주 36시간 이상 정규직으로 일하든 모두 취업자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추 의원은 “정부가 예산을 쏟아부어 단기 공공 알바를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숫자상으로 고용 지표가 개선되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변화는 전체 근로시간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달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7시간으로 전년보다 1.3시간 줄었다. 8월 기준으로는 최소 시간이다. 한국인의 장시간 근로가 문제라지만, 이는 반길 일이 아니다. 단기 근로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건강하지 못한’ 근로시간 단축이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6시간 미만 근로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건 고용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 소득 감소로 이어져 분배 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강 교수는 이어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의 단기 고용 정책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규제완화ㆍ투자활성화 등으로 기업 성장을 도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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