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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中 연예계 규제 한 달…K팝 업계 "칼바람 실감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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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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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연예계 전반에 강력한 규제 조치를 내린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스타들도 중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예쁜 남자도 안 돼"

최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팬클럽 계정이 정지당했고 트와이스 쯔위 팬클럽엔 명칭을 바꾸라는 통지가 내려졌다. 지난달 27일 중국의 규제안 발표에 따른 처분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인터넷 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은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 연예인 팬클럽끼리 온라인에서 루머를 유포하거나 서로 욕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과도한 팬덤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음원차트, 오디션 프로그램도 사라진다. 또 범죄를 저질렀거나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 불량연예인은 퇴출된다. 과한 메이크업이나 액세서리 등을 한 '예쁜 남자' 연예인도 규제 대상이다.

웨이보 등 온라인 플랫폼은 향후 팬클럽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NRT)은 지난 2일 공산당과 국가 방침에 따르지 않는 연예인의 TV 출연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은 고액 출연료를 제한하고 탈세를 단속해야 하며, 애국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프로그램을 독려해야 한다.

"한류 규제 아니야"

중국이 연예계에 이같은 규제의 칼날을 빼든 배경에는 대표적으로 우유 사건, 크리스의 강간 혐의 등이 있다. 중국판 '프로듀스'로 불린 아이치이의 '청춘유니3'은 팬들이 지지하는 아이돌에게 투표하기 위해 PPL 제품인 우유만 구매한 후 버리는 행위, 출연 연습생 부모 기업의 불법 경영 문제, 부모의 마약 연루설 등 사회문제로 제작 중단, 방송을 끝내지 못했다. 엑소 출신의 크리스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 여성들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됐다. 크리스 팬덤은 구치소에서 구출하자는 황당한 단체 행동을 도모하는 등 과한 팬심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밖에도 중국 연예인들의 탈세 혐의 등이 적발되면서 당국의 규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이에 외신들은 "이번 조치는 문화적 제재가 아닌 산업 규제로 봐야한다"면서 시진핑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했다. 16일 아리랑TV '포린 코레스폰던츠(Foreign Correspondents)'에 나온 외신기자 안드레스 산체스는 "공식적으로 주한 중국대사관은 청랑운동이 한한령과 관련이 없으며, 팬들의 과도한 행동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고 앤드류 샐먼 아시아 타임스 기자는 "중국 정부가 내부 결속에 나선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에는 "팬덤으로 인한 난맥상을 관리하자면 여러 방면에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금융자본-아이돌-팬-플랫폼-엔터테인먼트 업체-마케팅 업체-광고주-제조업체로 연결된 산업 사슬에 각 이익집단이 얽혀 있다. 팬덤 정돈은 팬들을 정돈하는 것이 아니라 팬덤 배후의 산업 사슬을 정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팝 산업 타격은 미미

중국의 규제에 K팝 업계는 관심을 기울이곤 있지만 실질적으로 "실감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5년 전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 이후 중국만을 대상으로 한 콘텐트를 진행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또한 중국 출신 아이돌 멤버들은 현지에서 드라마, 예능 등 기존에 해온 활동을 그대로 하고 있다.

2020년 관세청에서 발표한 K팝 피지컬 앨범 수출 통계 자료를 봐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고 다른 해외 지역의 K팝 관심도가 늘어나면서 아시아 매출 비중 또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에 대한 수출액 증가율은 93.4%, 미국이 117.2%에 달한다. 중국에 대한 수출액 증가율은 26.%에 그쳤다. 이번 중국 규제 조치로 단기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겠으나 전체 피지컬 앨범 시장에 미치는 중국발 데미지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중국 내부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앤드류 샐먼 기자는 "시진핑은 사회주의 사상을 추구하지만, 마오쩌둥 시대처럼 경제가 좌초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팬덤 문화 규제는 경제활동에 이성적으로 따르지 않는 참여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팬들이 모이면 정치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젊은 층 지지를 얻으려면 더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위원은 "이번 중국의 조치는 중국의 국가 체제 유지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규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의 음악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글로벌 엔터 산업 내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봤다.

황지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jeeyoung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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