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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엠스플뉴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라온고, 이름처럼 참 즐겁게 야구하네.” 감독 아닌 ‘아저씨’ 강봉수가 듣고픈 말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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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전국대회 준우승’ 라온고등학교 돌풍 일으킨 강봉수 감독

-LG 트윈스 1994년 우승 멤버 출신 강봉수 감독 “이광환 감독님께 자율야구 뼈대 배워 적용”

-두발 제한, 핸드폰 압수, 저녁 강제 훈련도 없어…“창의성 기르기 위한 즐거운 야구가 먼저”

-라온고 출신 대표 선수 김지찬 향한 끝없는 칭찬 “이런 인성 지닌 선수 없다.”

-“라온고, 이름처럼 참 즐겁게 야구하네.” 지도자로서 강봉수 감독이 이루고픈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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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고 강봉수 감독은 대화 내내 호탕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평택]

“아이들이 나를 감독이 아니라 학교에 사는 동네 아저씨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인상적인 백발의 사나이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그는 학생선수들과 소통에 진심을 다하는 이다. 소위 말하는 ‘덕장 코스프레’도 아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학생선수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다.

이처럼 ‘학생선수들이 즐거운 야구’를 추구하는 그 사나이는 바로 라온고등학교 강봉수 감독이다. 1993년 LG 트윈스에 좌완으로 입단해 1994년 현재까지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던 강 감독은 부상으로 1996년 다소 이른 나이에 현역 은퇴를 택한 뒤 오랜 기간 아마추어 지도자 길을 걷고 있다.

2016년 신생팀으로 창단한 라온고 지휘봉을 잡은 강 감독은 단기간에 라온고를 전국대회에서 주목받는 팀으로 성장하게 했다. 2021년 라온고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강릉고과 서울고 등 전국대회 강호들을 물리치고 창단 5년 만에 전국대회 준우승 고지에 올랐다.

단순히 전국대회 호성적을 떠나 라온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학생선수들의 즐거운 야구를 추구하는 강 감독의 가치관 때문이다. 엠스플뉴스가 현역 시절 LG 이광환 전 감독으로부터 배운 자율야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학생선수들에게 접목한 강 감독의 즐거운 야구 이야기보따리를 직접 들어봤다.

- 기존 고교 야구부 틀 깨는 파격 시스템, 라온고는 창의성을 먼저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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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고는 야구부 창단 뒤 첫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사진=평택시)



라온고, 이름이 참 예쁘기도 하고 독특합니다.

라온은 ‘즐거운’이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학교 이름도 딱 제 야구 스타일과 어울리네요(웃음).

최근 라온고가 주목받은 건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이었습니다. 학교 최초 전국대회 준우승이란 성과였습니다.

사실 고교 팀들끼리 전력분석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그냥 우리 팀에만 집중하다 보니 직접 맞붙어야 ‘아 저 팀 전력이 이 정도구나’라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대통령배 대회 때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리 팀 전력이 강하단 걸 느꼈죠. 강릉고나 서울고 같은 강팀과 붙었을 때도 우리 아이들이 밀리지 않는 걸 보니까 라온고가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웃음).

단순히 전국대회 호성적만으로 주목받은 것도 아닙니다. 학생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항상 웃으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야구하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저부터 조금 자유분방한 성격이라서 그런가 봅니다(웃음). 하루 못하면 다음 날 잘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한 번 못했다고 죽이느니 마느니 욕하면서 아이들 기를 죽여 버리면 창의성이 안 나와요. 안 되는 건 반복 연습을 하면 되는 거죠. 선수들을 억압하는 걸 가장 경계합니다. 우리 팀은 머리도 다 마음대로 기르고, 연습 때 핸드폰도 쓰게 해줘요.

기존 고등학교 야구부에선 상상하기 힘든 그림입니다.

아예 목까지 장발로 기른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지켜봤더니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그냥 자르더라고요(웃음). 핸드폰도 연습 때 가져가서 서로 타격 자세나 투구 자세를 촬영해주면 얼마나 좋습니까. 저녁 때도 강제로 끌고 나오는 연습 없이 대부분 자율에 맡기고 있어요. 저녁에 아예 학교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도 몇 대 설치했고요. 자기들끼리 알아서 ‘롤(LOL) 게임’도 잘합니다(웃음). 제 교육관이 기다림과 인내인데 그만큼 잘 참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을 기다려줄 때도 있어야 해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창의성을 추구하는 게 느껴집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아마추어 야구에선 그동안 내야수 학생선수들에게 일률적으로 타구를 몸 가운데로 잡고 던지라고 하잖아요. 그게 안 되면 쌍욕을 듣기도 하고요. 그런데 미국에선 선수들을 그렇게 안 키워요. 잘 안 되더라도 서로 웃으면서 선수가 원하는 방향대로 계속 반복 연습을 시키는 거죠. 선수들을 억압하지 않아야 창의성이 나오는 겁니다.

- 1994년 이광환표 자율야구 중심에 있었던 강봉수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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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수 감독은 1994년 LG 돌풍을 일으킨 이광환 전 감독(오른쪽)의 자율야구를 몸소 체험했다(사진=LG)



현재 지도관 자체가 LG 시절 이광환 전 감독의 자율야구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이광환 전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웠습니다. 당시에 ‘스타 시스템’이라고 해서 정말 획기적인 야구를 하셨잖아요. 선발·불펜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마운드 분업화가 이뤄졌죠. 그리고 자율야구 스타일로 각자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율야구 속에서도 엄격한 규율은 있었죠.

어떤 규율입니까.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걸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단 이광환 감독님의 철칙을 아직도 잊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루로 전력질주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고 어떤 플레이든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게 보이면 2군으로 내려가야 했어요.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해 존재하잖아요. 팬들의 눈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보인다면 그 선수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까. 최선을 다하는 게 눈으로 느껴지면 자연스럽게 감동이 나오는 겁니다.

1994년 우승이 마지막 우승인 LG 팬들도 가장 바라는 그림일 겁니다. 당시 우승 멤버로서 어떻게 해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가끔 차명석 단장에게 ‘강봉수의 저주’라는 얘길 종종 합니다(웃음). 그래도 매일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LG 경기를 틀 게 돼요. 아무래도 우승의 추억이 담긴 친정 팀이고요. 우승하려면 정말 팀원 전원이 미쳐야 해요. 15승 투수도 몇 명 나오고, 20홈런 치는 타자들도 몇 명 나와야죠. 사실 우승만큼 중요한 건 LG 팬들에게 구단과 선수단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거죠. 우승을 하늘이 점쳐주는 거고, 거기로 가는 간절함과 치열한 과정에서 결과와 관계없이 팬들이 감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1994년 때 이광환 감독님이 하신 얘기가 있어요.

어떤 얘기입니까.

한 경기를 못 해도 이건 마라톤이니까 모두 항상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즌을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지금 괜찮아, 기다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시즌을 하다 보면 전력 질주할 때도 잠시 조절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는 게 야구죠. 먼저 치고 올라가야 할 땐 승부수를 던지면서 앞서나가고, 앞서나갈 때 다시 스퍼트를 조절하면서 힘을 비축하고요.

마라톤에선 42.195km/h를 통과할 때 가장 앞서는 게 중요하잖아요. 1994년도 우승은 시즌 초반 치고 난 뒤 시즌 후반과 한국시리즈를 위한 체력 안배까지 모든 게 완벽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올해 LG는 시즌 초중반 승부처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 게 아쉽죠. 그래도 시즌 막판 극적인 뒤집기를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140km/h 못 던지는 나도 프로 입단 성공, 당연히 겪어야 할 실패 속에서 잡초처럼 살아남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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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수 감독은 제구력을 앞세운 기교파 좌완 투수로 1994년 LG 우승에 힘을 보탰다(사진=강봉수 감독 제공)



문득 궁금해지는 게 감독 강봉수가 아닌 투수 강봉수는 어떤 선수였습니까.

입단 동기인 (이)상훈이와 비교하면 구단의 기대치, 구속 모두 차이가 컸던 투수였습니다(웃음). 최근 프로야구 무대를 살펴보면 유희관 선수와 비슷한 유형이었다고 볼까요. 140km/h도 안 나오는 공을 던졌는데 자신감은 상훈이만큼 있었습니다. 구속보단 제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도 입단 뒤 2년 동안은 잘 통했고요. 나름대로 1994년 우승 멤버로서 자부심이 있습니다(웃음). 맞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소위 말하는 배짱도 좋았고요.

투수로서 타고난 성격이 있는 듯합니다.

어릴 때부터 구속과 상관없이 제구만 잘 이뤄지면 상대 타자들이 못 친단 확신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150km/h 공을 던져도 가운데로 몰리면 다 맞는 거죠. 또 어차피 가장 잘 치는 타자도 10번 가운데 3번만 안타를 때리는 거잖아요. 상대가 10번 가운데 7번 죽는 게임을 하는 건데 투수가 불리할 게 없다고 생각했죠. 아등바등 공을 던져서 볼넷을 내줄 바에야 그냥 홈런 맞더라도 던지자는 마인드였습니다. 선수로서 실패는 경기마다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는 거고, 그 실패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학생선수들에게도 필요한 마인드인 듯합니다.

제가 안타까운 게 올해 우리 학교에서 프로 지명 선수가 한 명도 안 나왔잖아요.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야구 인생이 끝난 건 아니잖아요. 지명 실패 뒤 몇몇 아이가 울면서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더군요.

매우 안타까웠겠습니다.

그래도 강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지금 프로 지명에 실패했다고 삶이 끝난 게 아니라고요. 결국, 잡초처럼 오랫동안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겁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걸어온 삶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되는 거죠. 140km/h도 못 던진 감독도 프로 무대에서 뛰어봤는데 140km/h 후반대 공을 던지는 저보다 더 월등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왜 프로로 못 가겠습니까. 대학교 진학 뒤 절치부심하면 반드시 지명 기회를 받을 선수들이에요.

음.

낙엽을 보고도 어떤 선수는 ‘왜 이렇게 치워야 할 쓰레기가 많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선수는 ‘가을이 오는구나, 낙엽이 예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똑같은 사물을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고, 그 생각은 최대한 긍정적이어야 좋은 거죠. 좋은 인성을 갖춘 선수가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있다면 어떤 방향이든 절대 실패할 수 없다고 봐요. 제가 (김)지찬이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이유고요.

- 지도자 강봉수의 꿈 "'라온고, 참 즐겁게 야구한다' 소리 오랫동안 듣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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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수 감독은 학교 제자인 삼성 내야수 김지찬(오른쪽)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삼성)



김지찬 선수(삼성 라이온즈)가 라온고 야구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습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칭찬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도자는 솔직히 같은 실력이라면 인성이 좋은 선수에게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지찬이도 1군 무대에서 살아남는 건 그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단 뜻입니다. ‘하는 짓’ 자체가 정말 예쁜 아이예요.

김지찬 선수의 학창 시절 에피소드가 있었습니까.

훈련 끝나고 선수들이 공을 주울 때 느릿느릿하면 감독이 빨리하라고 뭐라고 하거든요. 보통 주장이라면 후배들에게 눈치를 주면서 육두문자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당시 주장인 지찬이는 그런 것 하나 없이 오히려 자기가 더 빨리 움직여서 공을 줍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는 것보단 제가 더 빨리 움직여서 공을 줍는다면 똑같은 게 아니냐’라고 답해요. 생각 자체가 다른 아이인 거죠. 모교를 누구보다도 아끼는 선수기도 하고요.

자주 모교를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지찬이가 틈나면 학교로 와서 후배들에게 치킨을 사주시라고 말하면서 저에게 돈을 주는 겁니다. 사실 지금 나이의 지찬이에겐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심지어 자기가 나중에 성공해서 억대 연봉을 두둑하게 받으면 학교에 버스뿐만 아니라 훈련장도 사주겠단 식으로 얘기합니다(웃음). 솔직히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 모교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선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미워할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지찬이죠.

김지찬 선수같이 팬들이 미워할 수 없는 선수들을 더 많이 키워야겠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원하는 건 웃으면서 즐겁게 야구하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게 안 되면 선수들에게 뭐라고 그러죠. 전국대회 나가서도 감독한테 시끄럽게 하이파이브를 크게 하라고 해요. 또 이기든 지든 경기 뒤엔 항상 상대팀을 배려하고 박수를 보내라고 강조하죠.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아이들이 저를 ‘감독’이라는 단어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죠.

감독이 아니면 어떤 존재로 받아들였으면 합니까.

그냥 학교에 사는 동네 아저씨 아닐까요(웃음).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먼저 장난을 치려고 합니다. 처음엔 다들 의심이 많아요. ‘저러다가 나중에 때려잡겠지, 성적 안 나오면 말로 죽이겠지’ 이런 생각을 하던데 저는 장난에 진심이거든요. ‘라온고’라는 학교 이름에 맞게 아이들이 정말 즐기면서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인 거죠. 아이들이 저를 진짜 아저씨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웃음).

지도자 강봉수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가치가 궁금합니다.

‘라온고가 이름처럼 참 즐겁게 야구한다’라는 말을 이곳에서 오랫동안 듣는 겁니다. 물론 중간에 힘든 일이 있을 거고, 제가 잘릴 위기도 올 겁니다. 그래도 저라는 사람을 이 자리에 데려와 준 라온고에 감사한 마음뿐이거든요. 설사 라온고와 헤어지더라도 저는 ‘그동안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하고 뒤끝 없이 떠나야죠. 어떤 일이 찾아와도 그 순간 저는 즐겁게 웃고 있지 않을까요. 그게 강봉수니까요(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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