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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견제하는 美,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전수…63년만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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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 추진체 기술, 1958년 영국 전수 후 처음"

"호주는 일회성 예외, 다른 나라로 확대 안 해"

美, 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에 영국 동참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3자 안보 파트너십을 발표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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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호주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첨단 군사 기술을 공유하는 새로운 안보 동맹을 발족했다.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냉전의 사고방식"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새로운 3국 군사동맹 결성을 발표했다.

세 국가명을 따 'AUKUS(오커스)'로 명명한 이 파트너십에 따라 호주는 미국과 영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게 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이런 종류의 핵 추진체 기술을 공유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63년 만에 처음으로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는 내용의 3국 안보 협력 발표는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협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동맹을 중심으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



고위 당국자는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전통적인 잠수함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기술력에 준하는 잠수함 능력을 보유한 동맹이 나오게 되는 셈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전통적 잠수함보다 잠행 능력과 속도, 기동성, 생존 가능성 등 우수한 특성을 지닌다. 전통적 잠수함은 정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고 이동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멀리 갈 수 있고 조용해 발견이 어렵다고 한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호주는 핵추진 잠수함으로 중국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지역을 통과해 가장 북쪽으로는 대만까지 뻗어 나가는 일상적인 순찰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세 나라는 핵추진 잠수함은 호주가 핵을 갖게 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핵으로 무장한 잠수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잠수함들은 원자로(nuclear reactor)로 움직이는 잠수함이며 재래식으로 무장한다"고 설명했다.

모리슨 총리는 "분명히 말하겠다. 호주는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민간 핵 능력을 확립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모든 핵 비확산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잠수함 건조 일정 등 세부사항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세 나라는 유관 팀으로 회의체를 꾸려 18개월간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과 동맹들에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핵잠 기술, 다른 나라로 확대 안 해"



이날 전화로 진행된 고위 당국자 기자회견에서 '3국 군사 동맹을 다른 나라로 확대할 계획이 향후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 외에 다른 나라와도 공유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는 것이었다.

고위 당국자는 "이 기술은 극도로 민감하다"면서 "솔직히 말해 이는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호주와 영국, 미국 사이에 매우 드문 약속"이므로 "이것이 앞으로 다른 상황에서 이행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것을 단 한 번 있는 일(one-off)로 본다"면서 다른 나라로 확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NYT는 미국의 다른 주요 동맹에는 이 같은 예외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핵추진 잠수함 개발 의향이 있는 한국도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호주·영국과의 새로운 군사동맹은 아시아에서 동맹 및 동반자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 일환이라고 밝혔다.

일본·한국·태국·필리핀 등 전통적 안보 파트너와 양자 관계를 보다 강화하고, 인도·베트남 같은 새로운 파트너와 더 강력히 관여하며,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같은 새로운 형식도 있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 군사동맹을 "우리의 가장 큰 힘의 원천인 동맹에 투자하고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최신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기존 동맹과 동반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을 외교 정책의 최우선에 놓겠다는 약속이 비로소 지켜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집단적 억지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이 지역 국가들이 주권을 옹호하고 중국으로부터의 강압에 대항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국·호주 손잡은 美 반중(反中) 연대 강화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은 영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미 당국자는 이번 합의는 "3국의 방어 능력을 증진하는 데서 나아가 유럽, 특히 영국을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전략적 목표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동맹과 함께"를 대중 전략으로 세운 미국으로서는 성과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글로벌 영국(Global Britain)' 전략을 추구하는 영국으로서는 태평양 국가들과 교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 나라는 핵추진 잠수함 외에도 인공지능(AI)과 사이버 안보, 양자 기술, 수중 능력 등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 핵심 기술과 정보를 더욱 쉽게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또 3국의 국방 및 외교 담당 고위 관료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관점을 공유하고 견해를 일치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언급 없이 중국 견제



이날 발표에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미 당국자는 이번 파트너십은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확보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에서 중국 견제 필요성이 담겼다.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는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과 영국, 호주가 위협의 대상으로 여길만한 나라는 북한을 제외하면 중국이 유일하기에 군사력 증강과 방어 능력 강화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미 공영라디오 NPR은 분석했다.

호주 ABC방송은 호주 정부가 프랑스에서 잠수함 기술을 이전받으려는 계획은 백지화됐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프랑스와 900억 달러(약 105조원) 규모의 디젤 엔진 잠수함 계약을 포기하고 미국과 영국 기술의 핵추진 잠수함을 획득하게 된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군사 기술 제공을 통해 전통적인 영미권 동맹을 규합하고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집단 대응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셈이다.

제라르 아로 전 주미 프랑스 대사는 트위터에 "세상은 정글이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서 프랑스의 등에 칼을 꽂아 그 통렬한 진실을 상기키셨다"고 적었다.

호주에서는 이번 합의가 단순히 핵추진 잠수함을 얻는 문제가 아니라 중국에 맞서 미국과 전략적 제휴를 심화시키고 공고히 하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호주는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앞장서서 금지하는 등 중국과 날카롭게 대립해 경제 보복을 당한 바 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제3국의 이익을 겨냥하거나 해치는 배타적 블록을 구축해서는 안 된다. 특히, 그들은 냉전의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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